靑竹(청죽)
                                    叙光 張喜久

    사계절 청죽 울에 시골집 맑은 기운
    예부터 대나무를 군자라고 상징했지
    속 비고 곧게 서있으니 티 없이 맑고 고와.
    四時翠竹繞村家   洗雨翻風淑氣加
    사시취죽요촌가   세우번풍숙기가
    君子象徵稱自古   虛心直立潔無瑕
    군자상징칭자고   허심직립결무하

사시 취죽 촌가 둘러 맑은 기운 더했구나, 
대나무는 군자상징 속 비어도 곧게 서서

소나무의 푸른 기상을 떠올리는가 하면, 대나무의 곧은 성격과 늘 푸른 나무의 기상을 떠올린다. 대’라 약칭하기도 하고, 한자어로는 죽(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장려되고 있는 죽류는 왕대(苦竹)·솜대(淡竹)·맹종죽(孟宗竹)의 3종이며, 이 중에서도 왕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류가 대나무를 이용한 역사는 오래 되어 고대사회의 주요한 전쟁무기였던 활·화살 및 창이 대로 만들어졌다. 시인은 사계절 푸른 대나무 시골집을 두르고, 비에 씻겨 바람 번득이니 맑은 기운 더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대(竹)나무를 두고 옛부터 군자의 상징 칭했나니(靑竹)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사계절 푸른 대나무는 시골집을 두르고 / 비에 씻겨 바람이 번득이니 맑은 기운을 더하네 // 대(竹)나무를 두고 옛부터 군자의 상징 칭했나니 / 속은 비어도 곧게 서있으니 티 없이 깨끗하네]라는 시상이다. 풍부한 상상은 시를 살찌게 한다. 시인의 상상력 주머니를 본다. ‘사시 취죽 촌가 둘러 맑은 기운 더했구나, 대나무는 군자상징 속 비어도 곧게 서서’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저 푸른 대나무 보게]로 의역된다. 대나무는 산울타리 또는 주민 방호용으로도 재배되었다. 붓(筆)대가 대나무이며, 퉁소·피리·대금 등의 악기도 대나무로 만들었으니 그 쓰임새는 다양했다. 대는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일컬어졌고,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해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대쪽 같은 사람’이라는 말은 불의나 부정과는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굳게 지키는 사람이다.
시인은 이런 대나무의 기상을 간직한 나머지 선경의 시상은 완만한 시골집의 정취부터 끌어들이는 시적인 멋을 부렸다. 사계절 푸른 대나무는 시골집을 누벼 두르고, 비에 씻겨나간 바람이 번득이니 맑은 기운을 더한다 했다. 허름한 시골집의 울타리가 대나무로 엮어졌음을 떠올린다. 대나무는 담벽의 심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울타리가 되기도 했다.
화자는 예부터 나무의 상징에 대한 시상을 보이더니만, 빈 속과 그 역할이 분명히 다르다는 시상의 멋으로 한 자리를 차지해 놓는다. 대(竹)를 두고 예로부터 군자의 상징이라고 칭했었나니, 비록 속은 텅 비어 있어도 곧게만 서있으니 티 없이 깨끗하다는 후정을 꽉 놓았다. 흔히 속빈 강정이라 말한다. 겉으로는 그럴듯하나 속은 아무 실속도 없다는 말은 대나무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리라.
【한자와 어구】
四時: 사시 사철. 翠竹: 푸른 대나무. 繞村家: 마을 집을 두르다. 洗雨: 비가 씻기다. 翻風: 바람이 번뜩이다. 淑氣加: 맑은 기운을 더하다. // 君子象徵: 군자의 상징이다. 稱自古: 예로부터 ~이라고 칭하다. 虛心: 허심, 빈 마음. 直立: 곧게 서다. 潔無瑕: 티 없이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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