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란)
                                    叙光 張喜久

    매향에 취했었나 화분에 사랑담고
    윤기가 번지르르 그 색깔 말쑥했지
    난향에 취했었구나, 정성 심고 다독이며.
    盆蘭姿態每欣瞻   管理精誠潤色添
    분란자태매흔첨   관리정성윤색첨
    淸楚象徵君又愛   恒時近接省無嬚
    청초상징군우애   항시근접성무렴

화분 매화 바라보며 윤기나는 색깔 보게, 
군자 상징 사랑담아 싫어하지 아니하네

난초는 동양란과 서양란으로 구분한다. 이것은 난의 생산지와는 관계없이 편의상 부르는 이름으로, 서양에서 육종되어 수입된 난은 서양란이고, 한국·중국·일본에서 야생하는 온대성 심비디움(cymbidium)과 석곡·풍란의 원종은 동양란이다. 난은 사군자의 하나로 예로부터 시와 그림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문인화로서 묵란화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고려 말기로 추정되어 일반화되었다. 시인은 화분에 있는 매화 늘 흔쾌하게 바라보면서, 정성스럽게 관리하니 윤이 나는 색깔을 더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말쑥하고 조촐한 상징을 군자들이 사랑하는데(蘭)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화분에 있는 매화를 늘 흔쾌하게 바라보면서 / 정성스럽게 관리하니 윤기나는 색깔을 더하네 // 말쑥하고 조촐한 상징은 군자들이 사랑하면서 / 항시 난에 근접하며 싫어하지 아니함을 살피네]라는 시상이다. 감상적 평설을 통해서 시인의 입장과 화자의 입장을 비교한다. ‘화분 매화 바라보며 윤기나는 색깔 보게, 군자 상징 사랑담아 싫어하지 아니하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난초를 보면서]로 의역된다. 난의 문인화로 엮어서 그린 가장 오래된 작품은 조선 초 강세황의 [필란도筆蘭圖]가 있고, 난시를 남긴 시인으로는 김부식·김극기·이규보·정몽주·정도전·권근·이숭인·최경창·신위 등을 들 수 있겠다. 난초는 자손의 번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 난초꽃이 번창하면 그 집에 식구가 는다는 속신이 전한다. 꿈에 난초가 대나무 위에 나면 자손이 번창하고 난초꽃이 피면 미인을 낳는다는 속신도 전한다.
시인은 이와 같은 난초에 대한 속신과 과정을 잘 인식하면서 선경의 시상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화분에 있는 매화를 늘 흔쾌하게 바라보면서, 정성스럽게 관리하니 윤나는 색깔을 더한다고 했다. 난의 속성과 범인들의 난을 좋아하지 아니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정황들을 노정해 보인 시상이다. 난은 분명 화분에 심어 기른다. 답답할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는 의연한 태도로 꽃을 피우는 절의도 높이 사게 된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상상으로 생각했던 선경에 그림 속에 푹 빠져버리더니만, 든든한 후정을 일구어놓고 말았다. 말쑥하고 조촐한 상징은 군자들이 사랑하며, 항시 난에 근접하며 싫어하지 아니함 살판다고 했다. 시는 긍정적으로 써야된다는 가르침을 잘 이어받은 화자의 후정은 두텁다.
【한자와 어구】
盆蘭: 화분에 있는 난. 姿態: 난의 자태. 每欣瞻: 매번 흔쾌하게 바라보다. 管理精誠: 정성을 드려서 관리하다. 潤色添: 윤색을 더하다. // 淸楚象徵: 말쑥하고 조촐한 상징. 君又愛: 군자들이 또한 사랑하다. 恒時近接: 항상 접근하다. 省無嬚: 싫어하지 아니함을 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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