蓮(연)
                                    叙光 張喜久

    연꽃이 좋은 시절 시궁창에 얼굴 묻고
    푸른 뜻 곱게 안고 꽃대를 세우더니
    비참한 인간 고뇌안고 자비정신 깨우쳐.
    蓮花滿發好時逢   携杖郊池賞景從
    연화만발호시봉   휴장교지상경종
    汚水能堪含微笑   人間苦惱遂成雍
    오수능감함미소   인간고뇌수성옹

좋은 시절 연꽃 만발 연못 따라 경치구경, 
오염 감내 고운 미소 인간고뇌 부여안고

[연(蓮)]은 고래로 진중한 보배로 여겼고, 불교에서도 높이면서 불타(Buddha)나 보살의 좌를 흔히 연꽃의 받침으로 했다. 연꽃은 뿌리는 진흙 속에 뻗고 잎은 수면에 떠 매끄럽게 뻗어난 줄기 끝에 꽃이 피는데 해가 뜨면서 피어나서 해가 지면서 서서히 오므리는 ‘靑黃赤白’의 우아한 꽃으로 여겼다. 연꽃은 진흙 수렁에서 자라면서도 물들지 않고 더럽혀 지지 않는 깨끗함과 향기로움을 지닌다. 시인은 연꽃이 좋은 시절 만나 만발하게 피었으니, 지팡이 짚고 교외 연못 따라 경치 구경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오염된 물 능히 감내하며 고운 미소를 지으니(蓮)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연꽃이 좋은 시절를 만나 만발하게 피었으니 / 지팡이를 짚고 교외의 연못 따라 경치를 구경하네 // 오염된 물 능히 감내하며 고운 미소를 지으니 / 인간의 비참한 고뇌 드디어 누그러지게 한다네]라는 시상이다. 오른쪽 맨 위 요약문 2줄은 번역문 전체의 ‘요약의 요약’이 된다. ‘좋은 시절 연꽃 만발 연못 따라 경치구경, 오염 감내 고운 미소 인간고뇌 부여안고’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연꽃을 보면서]로 의역된다. 연꽃은 꽃망울의 맺힘과 동시에 연씨(蓮實)도 함께 맺혀 나오고 꽃이 핌과 동시에 연씨도 함께 실과로 성장되어 나오다 꽃이 완전히 만개(滿開)했을 때 연씨도 완전히 익어 간다. 인과동시(因果同時) 또한 연꽃은 처음 꽃잎이 피어나면서 그 속의 열매를 보호하고, 꽃잎이 떨어지면서 열매를 내 보이며, 꽃잎이 떨어지면 드디어 잘 익은 열매만 남게 된다.
시인은 이와 같은 깊은 지식에는 몰입하지 않았겠지만 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음을 떠올렸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시인은 연꽃이 좋은 시절 만나 만발하게 피었으니, 지팡이를 짚고 교외 연못 따라 경치를 구경했다. 연꽃도 구경하고, 자연에 도취되는 마중물이 되었을 것이다. 만발하기만 한 선경의 그림에 도취한 시인의 시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연 뿌리가 진흙탕의 물속에서도 잘 자라서 고운 꽃을 피울 수 있었음을 떠올리는 후정은 넉넉해 보인다. 그래서 화자는 오염된 물일망정 능히 감내하면서 고운 미소를 지었다고 하면서, 인간의 비참한 고뇌를 드디어 누그러지게 했다고 했다. 불자의 심정으로 돌아간 시인은 연꽃이 인간에게 가르치는 교훈은 아무리 힘든 비참한 고뇌일지라고 참고 또 참으면서 석가의 가르침에 귀의하고자 했음을 보인다.
【한자와 어구】
蓮花: 연꽃. 滿發: 만발하다. 好時逢: 좋은 시절을 만나다. 携杖: 지팡이를 휴대하다. 지팡이를 짚다. 郊池: 교외의 연못. 賞景從: 경치를 구경하다. // 汚水: 더러운 물. 能堪: 능히 감내하다. 含微笑: 미소를 짓다. 人間: 인간. 苦惱: (인간의) 고뇌. 遂成雍: 드디어 누그러지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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