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초중학교서 중국어 지도…편견에 따른 차별은 가슴 아파

▲ 광양노인복지관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최월순씨는 결혼이주여성이다.

지난 해 실시한 중국어 회화능력시험인 HSK에 응시한 광양노인복지관의 어르신 5명이 모두 1급과 2급시험에 합격했다. 광양노인복지관은 어르신들을 위해 중국어회화 강습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의 중국어를 지도하는 사람은 중국 흑룡강성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인 최월순(48)씨다.
중국 흑룡강성 출신으로 결혼이주여성인 최씨는 지난 2003년 결혼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했다.
한국생활 17년째인 최씨가 중국어 강사로 나선 것은 지난 2006년, 광양덕례초등학교와 용강초등학교의 중국어강사를 맡게 되면서부터이다. 
현재 최씨는 광양중과 광양여중, 옥곡초, 순천지역 유치원과 광양노인복지관에서 중국어를 지도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던 최씨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광양노인복지관의 중국어반 강사로 선정되면서부터이다.
광양노인복지관은 중국어를 배우기를 희망하는 어르신 30명을 대상으로 중국어회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보다 어르신들과 수업을 하는 것이 훨씬 분위기가 좋습니다. 은퇴한 어르신들이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많기 때문이죠.”
최씨는 “은퇴한 어르신들을 위해 복지관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어르신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 같다”며,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 강사로서 그녀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수강생들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을 때라고 한다.
“12년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이 전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학생들보다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가르치는 제가 더 기쁘지요. 어르신들의 경우도 2018년과 2019년 2년에 걸쳐 자격시험에 응시했는데, 응시한 어르신들 전원이 합격했습니다. 이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결혼을 하면서 한국생활을 시작한 최씨는 같은 민족이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에서 항상 차별을 받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고 한다.
민족이 같기에 언어장벽은 없지만, 중국 출신이라는 이유 떄문에 차별당하는 경험이 많다는 것.
“한국생활 17년째지만, 차별은 여전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중국과 관련된 나쁜 소식이 들리면 마치 우리가 그런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중국 사람들이 청결하지 않다는 선입관 때문에 우리도 청결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나쁘지요.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녀의 이 말은 우리 이웃인 결혼이주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같은 민족이고, 언어장벽이 없는데도 차별을 강요하는  풍토에서 문화장벽과 언어장벽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경우는 더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씨에게 중국과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차이를 물었다.
“중국은 땅은 넓지만 한국보다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땅이 넓다보니 중국에서는 당장의 욕심만 채우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살기 때문에 긴장감을 갖고 사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한국은 땅은 좁아도 오히려 여유를 갖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사는 것 같아 좋습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최씨는 중국어 강사로 활동하는 것이 “생활이 자유롭고, 육아에 부담이 없어 좋다”며, “어르신들과 중국어 공부를 할 기회를 주신 광양시와 광양노인복지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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