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榴夏1(류하2)
                                    叙光 張喜久

    오월의 서쪽 창엔 상쾌한 바람 일고
    소매 옷 짧게 입고 류하를 재촉하면
    나무 숲 푸른 빛 되어 온 나라 우거지리.
    五月西窓爽氣微   皆人乃服短襟衣
    오월서창상기미   개인내복단금의
    南風大地催榴夏   樹草靑光八域菲
    남풍대지최류하   수초청광팔역비

오월 서창 상쾌한 기운 소매옷을 짧게 입고, 
서늘한 바람 유화 재촉 온 나라는 푸른빛에

석류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소코트라 섬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종과 함께 석류과를 구성한다. 씨방은 꽃받침통 속에 묻혀 있는데, 위아래 많은 방으로 나누어져 있다. 열매는 크기가 오렌지만하다. 동양에서는 석류를 오래전부터 포도·무화과와 더불어 중요하게 여겨왔다. 다양한 기후조건에서 자랄 수 있지만, 열매가 익는 시기에 온도가 높고 공기가 건조한 곳에서 열매가 열린다. 시인은 오월의 서쪽 창에 상쾌한 기운이 미미한데 사람들이 다들 짧은 소매옷을 입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서늘한 바람이 온 대지에 유하를 재촉하는데(榴夏)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오월의 서쪽 창에는 상쾌한 기운이 미미하거니 / 사람들이 다들 짧은 소매옷을 입고 있다네 // 서늘한 바람이 온 대지에 유하를 재촉하고 있는데 / 나무숲 푸른빛이 온 나라에 이어져 우거졌다네]라는 시상이다.‘시인과 대화하려면 평설을 보라!’ 평설의 진수를 요약했더니만…. ‘오월 서창 상쾌한 기운 소매옷을 짧게 입고, 서늘한 바람 유화 재촉 온 나라는 푸른빛에’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석류꽃 피는 여름날에]로 의역된다. 석류가 여름에 핀다고 하여 여름의 이칭을 류하榴夏의 계절이라고 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석류꽃은 ‘석류화石榴花․류화榴花’라고 쓰기도 한다. 여름은 너무 더워 한 대낮에는 쉬는 시간들이다. 해가 서산으로 기우는 틈을 이용하여 논과 밭에 나가 손을 보기도 했고, 두엄용 풀을 베다가 차곡차곡 단을 쌓아 놓기도 했다. 이런 절기가 농촌의 한 여름풍경이다.
시인은 찌는 더위를 연상하는 여름의 전경을 생각하면서 시상을 떠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오월의 서쪽 창에는 상쾌한 기운이 미미하더니만, 사람들은 긴 소매 옷을 다 던져 버리고 다들 짧은 소매옷을 입고 있다는 계절적인 겉옷으로 인한 시상을 일으킨다. 단오와 망종이 지나고 나면 하지가 되면서 본격적인 여름을 불러들이는 것이 우리네의 서정성이었다.
화자는 남풍이 부는 것을 염두하면서 이어질 소서와 초복도 생각하는 유하의 아름다음을 꼬기작거렸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서늘한 바람이 온 대지로 불어오면서 유하를 재촉하고 있는데, 나무숲 푸른빛으로 온 나라에 이어지면서 우거졌다고 했다. 푸른 여름을 석류의 성하의 계절로 장식하고 싶다는 화자의 가녀린 손을 살며시 매만지는 시적 그림을 그려본단다. 아무렴해도 곱디고운 시상의 멋이 흘러나오겠다.

【한자와 어구】
五月: 오월. 西窓: 서쪽으로 난 창. 爽氣微: 상쾌한 기분이 미미하다. 皆人: 사람들이 다. 乃: 이에. 服短: 짧은 옷. 襟衣: 옷을 입고 있다.// 南風: 남풍이 불다. 大地: 대지에. 催榴夏: 류하를 재촉하다. 樹草: 나무와 풀. 靑光: 푸른 빛. 八域: 조선 팔도. 菲: 우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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