吟漢江淸遊(음한강청유)
                                    叙光 張喜久

    절서가 순환하여 구월 윤달 앞에 서서
    한강의 언덕에서 벗과 함께 달구경을
    소동파 선인이 되는 양 도도함에 취하며.
    循環節序閏秋遭   與友淸遊漢水皐
    순환절서윤추조   여우청유한수고
    江岸唱歌看月影   蘇仙恰似醉陶陶
    강안창가간월영   소선흡사취도도

절서 순환 구월 윤달 한강 언덕 벗과 함께, 
강 언덕의 달그림자 소동파인 양 도도히

 

한강의 우리의 젓줄이다.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때 풍수지리에 능란한 자의 자문에 의했다지만 어찌보면 본인의 철학적인 지식에 의했단다. 한강 유역은 한반도의 중부 지방을 차지하고 있어 기후에 있어서는 북부 지방과 남부 지방의 점이적인 성격이다. 태백산맥에 인접한 상류 지역과 황해에 인접한 하류 지역 사이에는 지형적 영향으로 기온과 강수량에서 지역적 차이를 보인다. 시인은 절서가 순환해 윤달 드는 구월 만나서, 벗과 더불어 한강 언덕에서 재미있게 놀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강 언덕에서 노래를 부르며 달그림자를 보며(吟漢江淸遊)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절서가 순환하여 윤달이 드는 구월을 만나 / 벗과 더불어 한강 언덕에서 재미있게 놀았었네 // 강 언덕에서 노래 부르며 달그림자 보고 / 흡사 소동파 선인이나 되는 양 도도하게 취했네]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생각해 본다. ‘절서 순환 구월 윤달 한강 언덕 벗과 함께, 강 언덕의 달그림자 소동파인 양 도도히’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한강에서 맑은 바람을 쐬며]로 의역된다. 내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 사람들이 서울을 찾는 제일성호는 한강을 보고 탄성을 자아내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한다. 맑게 흐르는 물이며 늠름한 자태를 자아내는 한강에 큰 매료를 느낀다는 말이겠다. 초저녁 한강을 거닐어 보라. 맑은 바람과 청아한 공기는 저절로 사람을 흡입시킬만한 옹골짐을 보인다. 가을철이면 어김없이 한강변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행사는 한강의 풍성함을 말해준다.
시인은 이와 같은 한강의 매력에 푹 빠졌을 것임을 알게 한다. 그래서 시인은 절서가 순환하여 윤달이 들어있는 구월을 만나니, 벗과 더불어 한강 언덕에서 재미있게 놀았음을 떠올리고 있다. 윤달이 드는 구월이었으니 한 달을 공짜로 사는 셈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럴 즈음에 한강 언덕에서 재미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있으니 한강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화자의 후정은 한강에 얽힌 생각하며 노래까지 부르면서 선인들의 발자취를 가만히 떠올리는 후정의 멋을 부린다. 강 언덕에서 노래를 부르며 달그림자를 보았더니, 흡사 소동파 선인이나 되는 양 도도하게 취하고 말았다는 시상 한 줌을 펼쳐든다. 동파 선인도 달에 취하여 달과 함께 했음을 보여준다. 한강의 선유도 그러하겠지만, 한강의 달놀이도 그랬으리.

【한자와 어구】
循環節序: 절서가 순환하다. 閏秋遭: 윤달의 가을을 만나다.  與友: 벗과 더불어. 淸遊: 재미있게 놀다. 漢水皐: 한강의 언덕에서. // 江岸: 강 언덕. 唱歌: 노래 부르다. 看月影: 달 그림자를 보다.  蘇仙: 소동파 시인. 恰似: 흡사. 醉陶陶: 도도하게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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