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夜讀書(추야독서)
                                    叙光 張喜久

    깊은 밤 책을 읽어 근원이 태평하고
    의기가 번창하니 배움 또한 부지런히
    어짊과 화목 이루리라, 세상인심 변할만큼.
    中秋節序太和元   凉夜探書意氣繁
    중추절서태화원   량야탐서의기번
    勉學硏磨期不失   蒼生賴此遂仁敦
    면학연마기불실   창생뢰차수인돈

좋은 계절 근원 태평 책을 읽어 의기 번창, 
근면 연마 때를 알아 어짊 화목 도모하리

가을이 돌아오면 쓸쓸해진다. 새봄은 희망을 전달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지만 가을은 달라서 소소함을 느낀다. 인생의 뒤안길에서 또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인생의 마지막 길>이란 어느 한 모퉁이를 향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런 때 일수록 다른 일에 전념하려는 태도가 더욱 중요할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를 하면서 성현의 진실과 생각을 캐내는 일은 좋겠다. 시인은 추석의 좋은 계절 근원이 태평하고, 서늘한 밤에 책을 읽으니 의기가 번창하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부지런히 배우고 연마해서 때를 잃지 않겠네(秋夜讀書)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추석의 좋은 계절에는 근원이 태평하고 / 서늘한 밤에 책을 읽으니 의기가 번창하겠네 // 부지런히 배우고 연마해 때를 잃지 않아야겠고 / 세상 사람들은 이를 의뢰해서 어짊과 화목이루리라]는 시상이다. 오른쪽 면 감상적 평설문을 통해서 시인의 시상을 요약해 본다. ‘좋은 계절 근원 태평 책을 읽어 의기 번창, 근면 연마 때를 알아 어짊 화목 도모하리’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깊어가는 가을밤에 독서하면서]로 의역된다.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을 많이 한다. 깊어가는 가을은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심한 고독감을 느끼기 일 수다. 철학책이면 좋고, 문학책이면 더욱 좋다. 교양서도 좋고, 과학기술 서적이면 더 이상 할 말할 필요가 없다. 책을 읽어 무수한 세계에 접할 수 있도록 교양과 덕성을 쌓아 올려야 한다. 이 좋은 가을의 긴긴 밤을 여유롭고 다채롭게 보낼 것을 주문한다.
시인은 가을의 길목에서 깊어가는 가을밤에 독서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는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추석의 좋은 계절은 근원이 태평하고 화하여서, 서늘한 가을밤에 책을 읽으니 의기가 번창하겠다고 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임을 스스로 알게 한다.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마음의 보양이 되면서 폭넓은 지식의 샘을 만든다는 것을 실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인의 부르짖었던 선경은 독서에만 한정하지 않고 알서 간 성현들처럼 자신의 어짊과 서로의 화목을 이룩하고자 하는 자기를 화자는 이어받는다. 그래서 부지런하게 배우고 연마하니 때를 잃지 않아야겠고, 세상 사람들은 이를 의뢰해 어짊과 화목을 이루어야겠다는 후정의 다복함을 쌓아놓는다. 예로부터 독서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삼는다는 진실을 차분히 쌓는다.

【한자와 어구】
中秋: 중추. 추석. 節序: 절서. 계절. 太和元: 근원이 태평하다. 凉夜: 서늘한 밤. 探書: 책을 찾아 읽다. 意氣繁: 의기가 번성하다. // 勉學: 배움에 힘쓰다. 硏磨: 연말하다. 期不失: 기회를 잃지 않다.  蒼生: 세상 사람들. 賴此: 이에 의지하다. 遂仁敦: 드디어 인을 도타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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