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망기 발행인

지난 1월 16일자로 민선체육회가 출범했지만 광양시체육회는 민선체육회 출범 50여일이 지나도록 아직 수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광양시체육회는 회장선출을 위한 6차공고를 지난 달 28일자로 냈다. 회장후보 등록기간은 3월 2일부터 3일까지였다. 그렇지만, 앞선 5차례의 공고때와 마찬가지로 등록한 후보는 없었다.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좀 더 복잡해진다. 시 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낸 그동안의 공고는 모두 회장 단독후보를 내정해 두고 실시했다. 공고 자체가 일종의 요식행위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정된 후보가 등록을 포기해 회장선거 자체가 무산되는 일이 6번이나 반복되고 있다. 다른 지역이 저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민선체육회장을 선출하고 민선체육회 시대를 맞은 것과 달리 광양은 체육회장도 체육인들이 자발적으로 선출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한 체육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체육회 고문이나 자문위원들이 사실상 추대해 회장으로 내정된 인사들이 마지막 순간에 등록을 포기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체육회장 공백이 지속되는 것은 스포츠도시와 스포츠마케팅을 내세우는 광양시의 위상과는 전혀 맞지 않다.

체육회장 공백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체육계 내부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현상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극단적인 눈치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년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국민체육진흥법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체육회장 겸직 금지 대상에 포함시켜 체육회 등이 선거 조직으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법 개정 전에는 대부분의 지자체장이 체육회장을 당연직으로 맡고 있어 지자체장 등이 체육 단체를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체육계가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출범한 민선체육회가 광양에서만은 법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여전히 지자체장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보니 6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회장선출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동안 지자체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으며 체육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상임부회장과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회장 겸직은 재원을 절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고 있는 체육회 입장에서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체육 시설 이용 및 대회 개최 등을 용이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민선시대가 열렸지만, 체육인들 스스로도 지방자치단체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사가 체육회장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깊이 남아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는 민선체육회의 근본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이어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체육회장 겸직을 금지한 것은 체육이 정치에 이용되거나 끌려다니지 않고, 지자체장의 선거조직으로 체육회가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자체장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물색해 추대형식으로 선출한다면 시장이 사실상 임명하는 상임부회장 체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작금의 광양시체육회의 행태는 스스로의 자치성을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마저 원로그룹의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될 정도로 취약한 자치성으로 어떻게 지자체로부터 독립적인 체육회 운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체육회 자체가 하나의 법인격을 갖춘 조직이라면 그 수장은 경영자로서 자체적인 재정조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자체의 지원을 벗어나 체육회가 돈을 버는 독자적인 사업을 꾸려 체육회의 완전한 독립을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사람을 발굴하는 것은 추대가 아니라 의욕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로운 경쟁과 체육인들의 자유로운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더 이상 특정인의 눈치보기로 민선체육회장 공백상태가 지속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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