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老不知還(노부지환) 
                                    叙光 張喜久

    공원길 척촉 도화 나보고 환히 웃네
    봄 가고 봄이 옴은 채 바퀴 돌고 돈데
    한 번간 청춘 모습은 다시 올 줄 모르네.
    每朝策杖步公園   躅躑桃花笑我喧
    매조책장보공원   촉척도화소아훤
    春去春來如此轉   一過身老不知還
    춘거춘래여차전   일과신노부지환

매일 아침 공원 걷고 봉숭아꽃 환히 웃네, 
봄이 가고 돌아온데 늙음 다시 못 돌아와

 

사람이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현상이다. 늙는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는 뜻일게다. 아니다. 죽음이 다고오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자연의 순환과 사람의 늙어감은 반대급부의 톱니바퀴라고 틀린 말은 아니겠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것은 말짱 거짓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연적 계절적인 순환만도 못한 존재라는 허상을 그려보기도 한다. 시인은 매일 아침 나는 지팡이를 짚고 공원 걷는데, 철쭉꽃 복숭아꽃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봄이 가고 봄이 옴은 이와 같이 돌고 도는데(老不知還)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매일 아침마다 나는 지팡이를 짚고 공원 걷는데 / 철쭉꽃과 복숭아꽃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네 // 봄이 가고 봄이 옴은 이같이 돌고 도는데 / 한번 간 늙음은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구나]라는 시상이다. 감상적 평설을 통해 시인과 대화하듯이 시상의 요약을 간추린다. ‘매일 아침 공원 걷고 봉숭아꽃 환히 웃네, 봄이 가고 돌아온데 늙음 다시 못 돌아와’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늙음이 돌아올 줄을 알지 못하네]로 의역된다. 고려 말 우탁의 [탄로가歎老歌] 한 수를 보인다. 첫수는 [늙는 길은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은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 했고, 둘째 수는 [봄산의 눈을 녹이는 바람을 빌려다가 귀밑의 서리를 녹여볼까 한다]고 했다. 셋째 수는 [늙지 않고 다시 젊어 보려 했으나 백발이 거의 되어 꽃밭을 지나려면 죄를 지은 것 같다]고도 했다.
시인은 이와 같이 늙음이 슬며시 찾는가 했더니만, 다시 돌아올 줄 모른다는 생각 앞에 덥석 주저앉는 시상 앞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본다. 매일 아침 시인은 지팡이 짚고 공원 걷는데, 철쭉꽃 복숭아꽃 내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는다고 했다. 자연은 늘 그렇게 반기고 안아 주는데 반하여 후정에서 담으려고 했던 정겨움만은 그렇지 않다는 터무니없는 시심 주머니를 열어 보인다.
화자는 봄이 오고 가는 길목에서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생각에 차마 목이 메어 다른 말을 더는 잇지 못하겠다는 심회를 털어놓고 만다. 봄은 가고 봄이 오는 것은 순환적으로 돌고 돌아 자연의 순환을 알기는데, 한번 간 늙음은 다시 돌아올 줄 모른다고 했다. 봄의 묘사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을 한탄하는 한 마디는 나이 연만한 사람들의 똑 같은 심정을 보여준다.

【한자와 어구】
每朝: 매일 아침. 策杖: 지팡이를 짚다. 步公園: 공원을 걷다. 躅躑: 철쭉꽃. 桃花: 복숭이 꽃. 笑我: 나를 보고 웃다. 喧: 환하게, 의젓하게. // 春去: 봄이 가다. 春來: 봄이 오다. 如此轉: 이와 같이 돌다. 一過: 한 번 가다. 身老: 늙은 몸. 不知還: (다시) 돌아올 줄을 모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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