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인생)
                                    叙光 張喜久

    청춘을 부여잡고 간곡히 만류하나
    대답도 하지 않고 만류도 듣지않네
    삼춘은 가고 오지만 머물 잖는 인생은.
    我執靑春懇曲留   靑春不答不聽留
            아집청춘간곡류   청춘부답불청류
            三春雖去有歸日   一老人生莫永留
            삼춘수거유귀일   일노인생막영류

 

청춘 잡고 만류해도 대답 없이 듣지 않네, 
비록 삼춘 가겠는데 우리 안생 떠나가네

옥중의 심회를 담고 보니 바구니엔 철철 넘친 시가 상당한 수 있었다. 천정에 매달려 있는 등과 물에 어린 창이 반사하고 있는 두 개의 등을 제시한다. 자신이 누워 있는 자리에는 두 개의 불빛이 다 못 미친다.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감옥이란 공간을 생각해보면 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도의 길을 걸어가야 했지만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인 것을 발견하는 모습이다. 시인은 두 눈은 아무래도 잘 보이지 않고 희미한데, ‘선승(禪僧)입네’ 소리쳤던 내가 되려 부끄럽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삼춘은 비록 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날 있지만(人生)으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내가 청춘을 붙잡고 간곡히 만류를 해봐도 / 청춘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 만류를 듣지도 않네 // 삼춘은 비록 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날 있겠지만 / 한번 늙은 우리 인생은 오래 머물지 않네]라는 시상이다. 시인과 따스한 대화 한마디는 평설의 요체임을 알면서 간추린다. ‘청춘 잡고 만류해도 대답 없이 듣지 않네, 비록 삼춘 가겠는데 우리 안생 떠나가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늙어가는 인생을 노래함]으로 의역된다. 인생에 대하여 노래한 시상을 흔하게 만난다. 대부분의 시상들이 늙어가는 자신을 한탄하는 노래들이다. 비록 시적인 접근은 다를 지라도 도착하고자 하는 도착점 행동은 모두 같았음을 본다. 인생의 허무虛無라는 제재 앞에 무거운 짐을 한 짐 짊어지고 가다가 땅에 부리는 시상의 멋에 취하는가 싶더니만 흘린 땀방울을 가만히 부리면서 건강배 한 잔을 했으란 시심을 만지작거린다.
시인은 떠나가려는 청춘을 야무지게 부여잡고 간곡하게 만류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손사래 치는 청춘에게 무언가 정감어린 한 마디를 내뱉고 싶었으리라. 내가 청춘을 붙여 잡고 간곡히 만류를 해도, 청춘은 대답도 않고 그 만류를 듣지도 않다고 했다. 혼자서 흘연히 떠나겠다는 고집 앞에서는 더는 다른 말을 잇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은근슬쩍 삼촌三春과 인생의 허무함을 비유하는 시주머니를 만지작거린다. 시통 주머니가 텅텅 비어 있어 시상을 담아내기에 충분치 못했으리라. 그래서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삼춘은 비록 가더라도 돌아올 날 있지만, 한번 늙은 인생은 오래 머물지 않다 했다. 늙어감의 허무를 삼춘에 비유하는 시적인 상상은 선현들이 매만졌던 진부한 것 같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는 것은 시적인 매력이리라.

【한자와 어구】
我執: 내가 붙잡다. 靑春: 청춘. 懇曲留: 간곡하게 만류하다. 곧 붙잡다. 靑春: 청춘. 不答: 대답하지 않다. 不聽留: 머물러 듣지 않다. // 三春: 삼춘. ‘봄 3개월’을 뜻함. 雖去: 비록 가다. 有歸日: 돌아올 날이 있다. 一老: 한 번 늙다. 人生: 인생. 莫永留: 오래 머물지 않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