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樓臺(상누대)
                                    叙光 張喜久

    그대 먼저 나는 뒤에 누대에 올랐더니
    배꽃 앵두 피었구나 온 고을 수를 놓고
    가득한 풍광 곱지만 한 잔 술에 세사 잊고.
    君先我後上樓臺   梨白櫻紅萬壑開
    군선아후상루대   이백앵홍만학개
    滿眼風光如此麗   欲忘世事醉醪杯
    만안풍광여차려   욕망세사취료배

청춘 잡고 만류해도 대답 없이 듣지 않네, 
비록 삼춘 가겠는데 우리 안생 떠나가네

평지에선 잘 보이지 않던 자연의 사물도 높은 돈대(墩臺)에 오르면 선명하게 보이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도 엿볼 수 있다. 사람의 시계(視界)는 한계가 있어서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것은 볼 수 없다. 그래서 망원경을 필요로 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대로 만들고 정자도 만들었던 모양이다. 우리 선현들의 지혜는 다 그랬었다. 오늘날 우주를 보는 천체 망원경도 그래서 만들었을 것이다. 시인은 그대는 먼저 나는 뒤를 따라  누대를 올랐더니,  배꽃은 희고 앵두꽃 붉게 온 골에 피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배꽃은 희고 앵두꽃은 붉게도 온 골에 피었구나(上樓臺)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그대는 먼저 나는 뒤를 따라  누대를 올랐더니 / 배꽃은 희고 앵두꽃은 붉게 온 골에 피었구나 // 눈에 가득한 풍광들이 이와 같이 곱디 고우니 / 막걸리 잔 들고 취해 세사를 잊고자 하네]라는 시상이다. 평설과 감상은 다르다. 시인의 품속에 들어가서 시상을 살펴본다. ‘그대 먼저 나는 뒤에 모든 꽃이 곱게 피어, 눈에 가득 풍광 고와 술에 취해 세시 잊고’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누대에 올라서서]로 의역된다. 등산하는 재미는 오르면서 땀 흘리는 쾌감들이 있다고 한다. 누대에 오르는 그 마음도 그와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오른 땀방울도 등을 푹신하게 적셔 주었을 것이지만, 누대에 올라 선현들의 숨결을 느끼면서 멀리 보이는 자연의 순결함 앞에서는 마음의 트임을 쥐어짜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자연에 흠뻑 취하는 그 쾌감이 흐뭇하게 했으리라.
시인은 이런 쾌감을 맛보면서 앞세우고 뒤따르는 앞바퀴와 뒷바퀴를 연상하는 시낭(詩囊)을 털어내기엔 아주 적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대가 먼저 나는 뒤에 누대를 올랐더니, 배꽃은 희고 앵두꽃 붉게 온 골에 피었던 계절이었다고 했다.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이며,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의 진미며 무엇 하나 시인의 시로 잡지 아니 한 것이 없었을 것이니.
화자는 펼쳐지는 대자연의 조화로움 속에 눈으로 보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에 취해 본다. 눈에 가득한 풍광들이 이와 같이 곱고 고우니, 흥취를 돋구워 주는 막걸리 한 잔을 들고 흠뻑 취해서 세사世事를 그냥 잊고자 했으면 한다는 심회 바구니를 털어내고 만다. 선현들은 이처럼 신이나 누대에 올라 유감없이 시지에 채웠던 시상은 술의 마력 앞에 복종服從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게 된다.
【한자와 어구
君先: 그대가 먼저. 我後: 나는 뒤에 上樓臺: 누대에 오르다. 梨白: 배꽃이 희다. 櫻紅: 앵두꽃은 붉다. 萬壑開: 온 골에 열려서 피었다. // 滿眼: 눈에 가득하다. 風光: 풍광. 如此麗: 이와 같이 곱고 곱다.  欲忘: 잊고자 하다. 世事: 세상살이. 세상사. 醉醪杯: 막걸리 한 잔에 취하고자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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