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康杯(건강배)
                                    叙光 張喜久

    너와 나 손을 잡고 공원을 찾았더니
    온갖 꽃 눈에 가득 갖은 색 이루었네
    봄날이 저물어 가니 세상 영욕 잊고자.
    爾吾携手近園來   色色千花滿眼開
    이오휴수근원래   색색천화만안개
    聽鳥觀花春夢暮   都忘榮辱健康杯
    청조관화춘몽모   도망영욕건강배

청춘 잡고 만류해도 대답 없이 듣지 않네, 
비록 삼춘 가겠는데 우리 안생 떠나가네

시인들에게 술 한 잔은 시를 짓는 마력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다. 그만큼 술은 청유형이란 이미지를 띠고 있다. 평소에 말을 자주하지 않던 위인들도 한 잔 술이 들어가면 청산유수를 뽑아내듯이 시심을 울리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대화거리가 춤을 춘다. 생각 주머니 속에 꼭꼭 숨어있던 시상도 노릇노릇한 시상이 살랑살랑 궁둥이 방아를 찧을 자태는 혹시 누가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 시인은 너와 손을 잡고 가까운 공원에를  찾아오니, 형형색색 온갖 꽃들이 눈(眼)에 가득 피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우리 세상의 영욕을 다 잊고 건강배나 나누세(健康杯)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너와 손을 잡고 가까운 공원에를  찾아오니 / 형형색색 온갖 꽃들이 눈(眼)에 가득 피었네 // 새소리 듣고 꽃구경하는 봄날이 저물어 가고 있으니 / 우리 세상 영욕 다 잊고 건강배나 한 잔 나누세]라는 시상이다. 평설은 감상을 앞선다. 시인과 대화하면서 가만히 시상을 들춘다. ‘손을 잡고 공원 찾아 온갖 꽃들 가득 피어, 꽃 구경한 봄날 가니 건강 배가 한잔 하세’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건강배나 한 잔 나누세]로 의역된다. 선현들이 썼던 시문에는 술 한 잔 나누면서 대화 나누고 시를 읊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술 한 잔 나누면서 썼던 시상을 한 줌씩 담아냈던 흔적을 보면 술은 시를 생산하는 기발한 마력魔力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 만큼 한 잔 술은 우울할 때 인간의 마음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었고, 시상을 일구어 내는 촉진제가 되었음을 알게 한다.
시인은 친구이던지, 사랑하는 연인이든지 함께 가까운 공원을 찾았던 모양이다. 앞서거니 뒷 서는 속에 자연이 흠뻑 취하는 모습도 상상된다. 너와 손을 잡고 가까운 공원엘 찾아오니, 형형색색 온갖 꽃이 눈에 가득 피었다고 했다. 선경후정 속에 자연을 보면서 취하는 선경先景을 다소곳이 일구어 내는 바탕이 되었을 것이 분명한 면을 보인다.
화자는 가슴에 담기게 될 후정後情은 크고 넓게만 보인다. 자연에서 담아낸 한 무더기의 생산적인 시심의 알맹이들을 올망졸망 엮어 담아낼 모양이다. 새소리 듣고 꽃구경하는 봄날이 점점 저물어 가고, 세상 영욕 다 잊고 건강배나 한 잔하자는 청유형 한 마디를 그만 토하고 만다. 정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꿈틀거리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정 주머니를 엮고 나면 시지는 다소곳이 채워진다는 진리 앞에 숙연해 진다.
【한자와 어구】
爾吾: 너와 나. 携手: 손을 잡고. 近園: 가까운 정원. 來: 오다.  色色: 형형색색, 千花: 천 가지 꽃. 滿眼: 눈에 가득하다. 開: (꽃이) 피다. // 聽鳥: 새소리를 듣다. 觀花: 꽃을 보다. 春夢: 춘몽. 봄꿈. 暮: 저물다. 都忘: 모두 잊다. 榮辱: 영화와 욕됨. 健康杯: 건강배. 곧 건강을 기원한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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