避暑2 (피서2)
                                    叙光 張喜久

    한 여름 염천 피서 근역 동해 최고이니
    원근 산하 경색들 아름답기 그지없네
    금붙이 녹임 감내하며 찾아가는 피서 처.
    炎天避暑槿邦東   遠近山河景色佳
    염천피서근방동   원근산하경색가
    鑠石流金堪耐裏   吟觴勝地樂五齊
    삭석류금감내리   음상승지락오제

여름 피서 동쪽 제일 원근 산하 아름답네, 
삭석유금 감내하며 시 읊기에 좋은 곳을

피서 하려면 에어컨이 최고라 한다. 우선 얼굴과 몸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청정공기를 마셔야 하겠고,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찬반(贊反)은 엇갈린다. 그게 합당한 방법이겠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분분하다. 그렇지만 풍부한 전기 문화에 젖은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어찌할 수도 없다. 과학적인 연구 분석이 더 요망되겠지만 현실은 그렇다. 시인은 뜨거운 여름의 피서는 우리나라 동쪽이니, 원근 산하에는 경색이 아름답기 그지없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쇠를 녹이면서 금붙이 흐름을 감내한 가운데(避暑)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뜨거운 여름의 피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동쪽일지니 / 원근 산하에는 모든 경색이 아름답기 그지없네 // 쇠를 녹이고 금붙이 흐름을 감내하는 가운데 / 시를 읊고 술 들며 우리는 좋은 곳을 즐긴다네]라는 시상이다. 시상에 몰입하는 것이 평설이다. 시인의 상상력을 정리해 본다. ‘여름 피서 동쪽 제일 원근 산하 아름답네, 삭석유금 감내하며 시 읊기에 좋은 곳을’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뜨거운 더위를 피하면서]로 의역된다. 피서는 부채를 부치는 방법이 최고임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부채는 가는 대오리로 살을 만들어 넓적하게 벌려서 그 위에 종이나 헝겊을 바른다. 부채란 ‘부치는 채’라는 말이겠는데, 이 말을 줄여서 ‘부채’가 되었다고 한다. 인류가 맨 처음 부채를 사용한 것은 원시시대부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보려는 부채를 한자어로는 ‘선자(扇子)’라고 하여 읽기 쉽게 ‘부채’라고 부른다.
시인은 쓰임과 제작과정에 대한 이론을 잘 알고 있듯이 부채를 통한 한 여름의 피서를 생각했음이 시상에 은유적으로 묻어 나온다. 뜨거운 여름의 피서는 우리나라 동쪽이겠으니, 원근 산하에는 경색이 아름답기 그지없다고 했다. 선경의 두툼한 옷을 잘 걸쳐 입히는 시인의 부산한 모습이 선하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에어컨이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연적인 피서방법이 더 좋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선경의 시상을 꽉 채운 화자는 또 다는 피서방법을 찾기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쇠를 녹이고 금붙이 흐름을 감내하는 가운데, 시를 읊고 술 들면서 좋은 곳을 찾아 시인들은 즐긴다는 시상을 그만 만지작거린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스스로의 피서 방법은 스스로가 찾는 것을 왕도로 삼았다.
【한자와 어구】
炎天: 더운 여름. 避暑: 피서, 피서하는 방법. 槿邦東: 우리나라 동쪽. 遠近山河: 멀고 가까운 산하. 景色佳: 경색이 아름답다. // 鑠石流金: 쇠를 녹이고 금붙이가 흐fms다. 堪耐裏: 감내하는 가운데. 吟觴: 시를 읊고, 술을 든다. 勝地: 승지. 樂五齊: 우리들은 (자연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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