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聲(추성)
                                    叙光 張喜久

    첫 가을 돌아오니 귀를 여는 아름다움
    귀뚜라미 울음 토해 나무그늘 외롭구나
    글 제목 붙여 가면서 운자 달고 평측가려.
    循環節序孟秋回   繼續佳聲總耳開
    순환절서맹추회   계속가성총이개
    樹陰孤蛩鳴數吐   書題韻士咏觴催
    수음고공명삭토   서제운사영상최

절서 순환 첫여름이 아름답게 소리 들려, 
귀뚜라미 울음 토해 운사 술잔 재촉하네

 

추성(秋聲)하면 북으로 갔던 기러기 떼가 따스한 한반도를 찾아오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다. 가을을 알리는 소리는 또 있다. 풀벌레 소리다.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을 알리는 손님이 되어 가을밤을 수놓는다. 여기저기서 노래자랑을 하느라고 야단법석이다. 첫가을을 알리는 소리는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지는 소리다. 밤송이가 터지면서부터 땅바닥에 뒹굴듯이 떨어진 소리가 진동을 할 태세다. 시인은 절서가 순환하여 이제 첫가을이 돌아왔으니, 계속해서 아름다운 소리 다 귀를 열게 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나무 그늘의 외로운 귀뚜라미가 울음을 토한데(秋聲)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절서가 순환하여 이제 첫가을이 돌아왔으니 / 계속하여 아름다운 소리가 모두 귀를 열게 하네 // 나무 그늘의 외로운 귀뚜라미가 울음을 토한데 / 글 제목을 붙인 운사들이 읊으며 술잔을 재촉하네]라는 시상이다.  풍부한 상상은 시를 살찌게 한다. 시인의 상상력 주머니를 본다. ‘절서 순환 첫여름이 아름답게 소리 들려, 귀뚜라미 울음 토해 운사 술잔 재촉하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은은히 들려온 가을의 소리]로 의역된다. 가을이면 빨갛게 익은 대추가 우수수 떨어진다. 대추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는 그 모양과 크기에 비해 ‘철부덕’거리는 소리가 온 마당을 진동한단다. 감나무에서 홍시가 되어 땅에 떨어지는 소리는 그대로 땅바닥을 붉은 색을 칠한다. 석류가 윗저고리를 벗어 던지고 터지면서 내뱉은 석류알이 알알이 쏟아질 때면 가을이 노룻노릇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가을의 소리는 그렇게 익어간다.
시인은 귀를 가만히 열고 가을이 오는 소리를 돋고 싶었던 모양이다. 기러기 소리, 벌레 소리, 열매들이 떨어지는 소리들이 시인의 귀를 간지럽게 했을 것 같다. 절서가 순환하여 이제 첫가을이 돌아왔으니, 계속해서 아름다운 소리 모두 귀를 열게 한다고 했다. 계절이 바뀌면 눈에 보이는 정경이 있는가 하면, 귀를 통해 들리는 소리들도 있다.
화자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바로 귀뚜라미 소리였다.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여러 곳에서 장단이라도 맞출 모양으로 연주단을 꾸미는가 보다. 나무 그늘 외로운 곳에서 귀뚜라미가 울음을 토하고, 글 제목을 붙인 운사들은 시를 읊으며 술잔을 재촉하다는 추정이란 후정을 일구어 놓고 만다. 유독 가을이면 우리의 귀를 따갑게 하는 소리에 취한 시인묵객들이 많았음을 생각해 본다.

・循環: 순환하다. 節序: 절서. 孟秋回: 맹추가 돌아오다. 繼續: 계속하여. 佳聲: 아름다운 소리. 總耳開: 모두 귀를 열다. // 樹陰: 나무 그늘에. 孤蛩: 외로운 귀뚜라미. 鳴數吐: 울을 토하다. 書題: 시제를 쓰다. 韻士: 시인들은 咏觴催: 시를 읊으면서 술잔을 재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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