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苦熱(고열)
                                    叙光 張喜久

    여름 신 위엄으로 교만함 자랑하고
    조석엔 등산으로 해열의 기운 올려
    지팡이 끌고 갔었네, 사백들을 초대하려.
    赤帝威嚴至夕朝   地平紅熾乃矜驕
    적제위엄지석조   지평홍치내긍교
    登山解熱惟携杖   樹下淸陰士伯招
    등산해열유휴장   수하청음사백초

여름신의 위엄 속에 지평 흥취 교만함이, 
등산하며 해열해소 사백들도 초대하며

 

한 여름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을 뻘뻘 흘린다. ‘애라 모르겠다’하며 부채를 부치고 낮잠을 청해 보지만 그 역시 흐르는 땀방울을 주체할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고 만다. 냉수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어 보지만 그 때뿐 갈증은 갈증을 불러 모은다. 시원찮은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꾀를 생각했다. 독서하는 방법이면 좋을 것 같고, 시지를 펴놓고 시 한 수를 짓는 것이 제일이었다. 시인은 여름신의 위엄이 조석으로 이르고 있나니, 지평 흥치가 있어 이에 교만함을 자랑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등산하면서 해열하려고 지팡이 끌고 가다가(苦熱)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여름신의 위엄이 조석으로 이르고 있어서 / 지평 흥치가 있어 이에 교만함을 자랑하는구나 // 등산하면서 해열하려고 지팡이 끌고 가다갔었더니 / 나무 아래에 맑은 소리에 사백들을 초대했다네]라는 시상이다. 상상력은 시상의 밑바탕이 된다. 정리해 본 시주머니를 펼친다. ‘여름신의 위엄 속에 지평 흥취 교만함이, 등산하며 해열해소 사백들도 초대하며’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찌는 듯한 여름 더위]로 의역된다. 여름 더위는 온 대지를 푹푹 찌는 느낌이다. 아스팔트 길은 열을 마구 쏟아내고 냇물이나 바닷가를 가도 그와 같은 현상은 마차가지다. 부채를 부쳐도 그 때뿐이다. 가장 좋은 피서 방법은 전철의 경로석에 앉아 타고 목적 없은 여행을 떠나자는 것이란다.
시인은 이러한 더운 여름을 보내기 위해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서성이는 모습 속에 자연의 한 상황을 연상하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여름신의 위엄이 조석으로 보이면서 이르고 있으니 먼 지평이 흥치가 있어 이에 교만함을 자랑하고 있다고 했다. 작품에서 보인 적제赤帝는 오방신장(五方神將)이란 주로 남쪽과 한 여름을 관장하면서 지킨다고 전하는 신이라 한다.
흔히 이열치열이라고 했다. 열은 열로써 다스리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래서 화자는 여름을 이기는 방법의 하나로 푹신하게 땀을 더 내보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등산하는 방법이다. 등산하면서 해열하려고 지팡이 끌고 가다가, 큰 나무 아래에서 맑은 바람 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자기가 알고 있는 사백들을 초대했었다는 심회를 나타냈다. 사백들은 덥지만 시를 짓고 있는 시우詩友들을 뜻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시우들과 등산을 같이 하면서 큰 나무 아래 쉬고 있음을 뜻하고 있다.

【한자와 어구】
赤帝: 적제. 여름신. 威嚴: 위엄. 至夕朝: 석양에 이르다. 地平: 지평선. 紅熾: 홍치(熾: 성할 치. 기세가 성함). 乃矜驕: 이내 교만함을 자랑하다. // 登山: 등산. 解熱: 열을 식히다. 惟携杖: 지팡이를 끌고 가다. 樹下: 나무 아래에. 淸陰: 맑은 그늘. 士伯招: 사백들을 초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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