仲秋絶景(중추절경)                               
   叙光 張喜久

    끝없는 추석경치 완연한 근역 산하
    가을신 은혜 속에 풍년을 약속하며
    한 마음 너그럽구나, 노랫소리 넘치니.
    仲秋景色敍無端   槿域山河爽快完
    중추경색서무단   근역산하상쾌완
    白帝施恩豐歲遂   歌高擊壤一心寬
    백제시은풍세수   가고격양일심관

추석 경치 색깔 곱고 근역 산하 완연해라, 
가을신의 은혜풍년 노랫소리 너그럽네

 

가을 절기는 3개월이다. 음력으로 7월, 8월, 9월이란 3개월인데, 그 중에서 8월 15에 드는 추석절이 중추다. [중仲]은 ‘버금’이라는 뜻이며 한 ‘가운데’를 뜻한다. [중형仲兄: 가운데 형]․[중부仲父: 작은 아버지 중 둘째] 등으로 첫째가 아닌 가운데를 뜻한 자리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중추를 선뜻 이해할 수 있겠다. 중추가 돌아오는 가을의 한 가운데에서 색깔이 변하는 가을은 절경을 이룬다. 시인은 추석의 경치 색깔 끝도 없이 멀리 펼치고,  근역 산하에는 완연히 상쾌한 기분 감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가을신이 은혜를 베푸니 풍년든 한 해를 따르네(仲秋絶景)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추석의 경치 색깔 끝도 없이 멀리 펼치고 / 근역 산하엔 완연히 상쾌한 기분 감도네 // 가을 신이 은혜를 베푸니 풍년든 한 해 따르고 / 격양가 노랫소리가 한 마음을 너그럽기만 하네]라는 시상이다. 감상적 평설을 통해서 시인의 입장과 화자의 입장을 비교한다. ‘추석 경치 색깔 곱고 근역 산하 완연해라, 가을신의 은혜풍년 노랫소리 너그럽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중추절의 아름다운 풍경]로 의역된다. 이른 봄에 뾰쪽한 모습을 보이던 이파리가 따스한 햇빛을 받아 파릇파릇 새싹을 키우며 자란다. 여름엔 녹음을 만들면서 시원한 그늘이 되고, 익어가는 가을 햇볕을 받아 점점 두터운 가을 단풍으로 물든다. 중추가 되면 장관을 이루는가 싶더니만, 만추가 되면 절정을 이루어 대한 산하는 온통 피멍이 들고 만다. 가을 신에게 귓싸댕이를 얻어맞은 듯 아름답다 못해 안타까운 생각까지도 든다.
시인은 이와 같은 가을의 경치를 더는 가만 두지 못했을 보인다. 우리 선현들은 붉은 색 노랑색으로 물드는 가을을 늘 그렇게 소묘해 냈다.. 추석의 경치와 그 색깔의 끝도 없이 멀리 펼쳐지고 있는데, 근역의 산하에는 완연히 상쾌한 기분이 감돈다고 했다. 어디 근역의 산하 뿐이겠는가 만은 우리들은 늘 삼한의 땅에서부터 비롯된 삼천리 강산으로만 한정했던 버릇이 있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선경의 두툼한 시상의 주머니를 후정의 야무진 다리로 놓을 것을 생각했음을 보인다. 가을 신이 은혜를 베푸니 풍년든 한 해를 이유없이 좇아 따라야 하고, 격양가를 부르는 노랫소리가 한 마음을 충만할만큼 너그럽게 한다고 했다. 중추의 절경은 늘 도시민에게는 고운 단풍을, 농민들에게는 풍성함과 내일의 희망을 던져주곤 했다.

【한자와 어구】
仲秋: 중추. 景色: 절경, 敍無端: 끝없이 펼쳐지다. 槿域: 근역. 우리나라. 山河: 산하. 爽快完: 완연히 상쾌하다. // 白帝: 가을신. 施恩: 은혜를 베풀다. 豐歲遂: 풍년의 세상을 이룩하다. 歌高: 노래를 높이 부르다. 擊壤: 격양가. 一心寬: 한 마음이 너그럽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