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도 당시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에 평소 지론과 같이 “적의 목 한 개를 베는 동안 많은 적을 쏘아 죽일 수 있다”고 하면서 적의 목 베는 공을 높이 쳐주지 않고 다만 전투에서 힘껏 싸워 죽임으로써 승첩하기만을 독려하였다.결전에 임하는 조선수군의 전의는 비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칠천량해전에서 고혼이 된 병사들의 동료이며 정유재란 때 목숨 잃고 코 베인 백성들의 가족이었으며, 최후의 결전이라 더욱 그러하였다. 그 때 복병장으로 나가있던 경상우수사 이순신(한글 동명이인)이 군관을 보내 “적 함대가 노량수로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노량까지 접근하려면 서너 식경은 걸리겠습니다”라고 급보를 전해왔다. 조‧명연합수군은 즉시 노량해협 안쪽 광양만에서 남해 쪽으로 일자진 대오로 늘어섰다.
조선수군 전선들은 노량 쪽에서 관음포 앞바다 명 수군은 관음포에서 죽도까지 횡렬을 만들었다. 조‧명 연합수군함대는 소등을 하고 북을 뉘이고 나발을 내려놓았다. 왜선들이 알지 못하게 모든 소리를 죽였다. 순찰을 도는 전선의 장수들은 화포와 불화살을 거듭 점고 하였다. 오늘 싸움에서 승부를 가려줄 조선수군의 병기는 화포와 불화살과 장작 등이었다.
새벽 2시쯤이 되자 달빛이 흐려지고 구름장들이 북서풍을 타고 하늘을 덮기 시작했다. 마침내 왜선 선봉함대가 노량 좌단에 도착했다.
연합함대는 노량의 왜군들을 최대한 빨리 격파하거나 쫓아낸 후 고니시군을 다시 무찔러야만 했다. 왜적은 500여척의 대선단을 이끌고 사천을 출발하여 창선도에 집결했다가 광주양을 지나 곧장 노량으로 몰려와 선봉함대를 앞세우고, 노량해협을 가득 메운 왜선들의 불빛이 긴 뱀처럼 줄지어서 진입하기 시작했다. 진린의 전선에서 한밤중에 정적을 가르는 대포소리가 났다. 공격개시 신호였다. 전투는 초반전부터 총력전으로 시작되었다. 이순신은 대장선을 이끌고 앞으로 돌진하면서 선봉의 적함을 겨냥하여 불화살을 쏘아 대고, 일제히 포성이 울리며 포환이 날아갔다. 휘하의 여러 장수들의 함선에서도 포환과 불화살을 쏘아 댔다. 왜선 선봉함대도 밀리지 않으려고 돌진해왔다. 맨 앞에선 복병장 입부 경상우수사 이순신의 전선 화포들이 열심히 불을 품었고, 불화살이 북서풍을 타고 왜선까지 나아가 왜선 10여척을 불태우고, 진린의 활약에 고무된 명군장수들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웠다. 명 장수 유격장 계금이 직접 왜군 7명을 참살하는 등 조‧명 연합군은 왜군을 궁지로 몰았다. 이 와중에 부총병 진잠은 진린의 배를 호위하면서 진격하여 호준포와 위원포를 쏘았다.
왜선 함대가 우왕좌왕 하자 진린의 함대의 대포도 위력을 발휘했고, 명군 대포의 위력은 조선수군의 총통보다 한 급 위였다.
호준포, 불랑기포, 위원포 등이 왜선들을 종잇장을 찢듯 쳐부숴댔다.
조선수군들은 또한 불붙은 장작과 섶을 마구 던져 적의 배들을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야간에 치러진 해전이어서 화공전, 근접전, 대혼전이였고 초반부터 총력전으로 전개되었다. 불덩이 같은 불화살이 날아가 왜선들을 한 척, 두 척 불태웠다. 이에 왜선 10여척이 불길에 휩싸여 바다 속으로 가라 앉았다. 가리포 첨사 이영남도 불화살 공격에 열심이었고 흥양현감 고득상과 군관 이언량은 화포를 맞은 왜선을 수색하다가 난투 끝에 죽었다. 이순신과 진린의 대장선은 왜적의 주 공격 목표가 되어 몇 번이나 위기에 빠졌다. 두 사람은 등선백병전이 오가는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를 구원 하였다. 이순신 대장선이 왜 주력함대 깊숙이 포진했을 때 왜선들이 좌우로 겹겹이 포위하고 최후의 발악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진린의 대장선이 급히 달려와 대포와 화살공격으로 물리쳤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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