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제공
▲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秋聲(추성)            
   叙光 張喜久

    온 대지 가을바람 밤낮으로 불어오고
    들판엔 풍년 소리 조짐으로 젖어들 때
    농부들 오곡을 껴안고 풍년가로 화답해.
    晝夜金風大地蕭   忽聽碧落雁聲朝
    주야금풍대지소   홀청벽락안성조
    平郊五穀豊年兆   相合田夫樂俗謠
    평교오곡풍년조   상합전부락속요

가을바람 불어오고 기러기 소리 떨아지네, 
오곡 익고 풍년들어 즐거웁게 노래하네

겨울을 알리는 소리(冬聲)가 멀리서 들려오면 ‘추성(秋聲)’의 신호를 싣고 달려온 소리가 들린다. 북으로 갔던 기러기들이 줄을 지어 나는 소리다. 한반도의 땅 한국이 좋아 찾아 온 손님들이다. 물이 맑아 좋고 사람의 인심이 풍부해서 좋은 나라를 찾아서 찾아온 고향이란다. 먹을 것이 충분하고 생활하기 적당한 물이 좋아 찾아온 고국이란다. 가을 농사가 끝나기 바쁘게 들판 위를 누비는 기러기 떼다. 시인은 낮이나 밤이나 가을바람 온 대지에 불고, 홀연히 푸른 나무 기러기 소리 떨어진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들판의 오곡이 익어가니 풍년들 조짐 보이고(秋聲)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낮이나 밤이나 가을바람이 온 대지에 불어오고 / 홀연히 푸른 나무에 기러기 소리가 떨어지네 // 들판에는 오곡이 익어가니 풍년들 조짐을 보이고 / 농부들은 서로 힘을 합하여 즐겁게 노래 부르네]라는 시상이다. 오른쪽 맨 위 요약문 2줄은 번역문 전체의 ‘요약의 요약’이 된다. ‘가을바람 불어오고 기러기 소리 떨아지네, 오곡 익고 풍년들어 즐거웁게 노래하네’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아련하게 들리는 익어가는 가을 소리]로 의역된다. 가을걷이가 끝난 농촌의 들녘을 찾아가 보라. 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향하는 가을 들녘의 장관을 보라, 부지런하게 자맥질을 하던 기러기 떼들이 저녁의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을 본다. 길라잡이의 뒤를 따라 줄지어 나는 모양은 영락없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하늘을 난다. 오늘밤 포근한 잠자리라는 삶의 터전을 찾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시인의 상상은 가을 기러기가 보금자리를 찾는 모습에서 ‘또 가을이 지나가고 하dis 겨울을 재촉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젖었을 것이다. 이런 마음을 담는 시인은 낮이나 밤이나 가을바람은 온 대지에 불어오고, 홀연히 푸른 나무에서는 기러기 소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선경의 시상은 도톰하기만 하다. 또 한해가 말없이 저물어 가고 있다는 생각하게 하는 소소한 겨울의 느낀다. 따스한 아랫목 생각이 난다.
가을걷이와 하얀 겨울을 상상하면서 선경에 취했던 화자는 풍년의 만족함을 가슴에 담아보인다. 들판에서는 오곡이 익어가니 풍년들 조짐을 보이고, 농부들 서로 마음을 합하여 즐겁게 노래 부른다고 했다. 우리는 이 노래를 격양가라고 했다. 논둑에 앉아 땅 두드리는 장단에 맞춰 소리 높여 노래부른다는 뜻이다.

【한자와 어구】
晝夜: 밤과 낮으로. 金風: 가을바람. 大地蕭: 온 대지에 소소하게 불다. 忽聽: 홀연히 들리다. 碧落: 푸르게 떨어지다. 雁聲朝: 기러기 소리가 처음 들리다. // 平郊: 들판. 五穀: 오곡. 豊年兆: 풍년들 조짐이다. 相合: 서로 합하다. 田夫: 농부들. 樂俗謠: 즐겁게 노래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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