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勝地賞春1(승지상춘) 
                                                叙光 張喜久

        상춘객 낭주 고을 왕인박사 축제 여니
        평촌엔 푸른 버들 꾀꼬리는 피 토하고
        일본인 고마워해야지, 논어 담고 천자문도.
        賞春客到郎州天   祝祭王師歲歲連
        상춘객도낭주천   축제왕사세세연
        柳綠坪村黃鳥裏   觀光盡日共華筵
        류록평촌황조리   관광진일공화연

상춘객들 낭주골에 왕인 축제 열렸구나, 
평촌 버들 꾀꼬리에 종일 관광 빛난 자리

매년 봄이면 전남 영암 고을에서는 왕인박사 축제가 열린다. 왕인박사는 백제인으로 일본 응신천황의 초빙으로 논어 10권, 천자문 1권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해백한 경서의 지식으로 응신천황의 신임을 얻어 태자의 스승이 되었다. 이것이 일본의 문화를 깨우치는 계기가 되어 그의 후손은 대대로 학문에 관한 일을 맡고 일본 조정에 봉사하여 일본 문화의 발전에 공헌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단다. 시인은 상춘객들이 낭주(영암) 고을에 이르고 있는데, 왕인박사 축제는 해마다 열리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평촌에 버들이 푸르면서 꾀꼬리가 나는 속에(勝地賞春1)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상춘객들이 낭주(영암) 고을에 이르고 있는데 / 왕인박사 축제는 해마다 열리고 있구나 // 평촌에는 버들이 푸르면서 꾀꼬리가 나는 가운데 / 종일토록 관광하면서 빛나는 자리를 함께 하네]라는 시상이다. ‘시인이여, 상상력을 발휘하라!’ 상상했던 시주머니를 펼쳐보니…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좋은 곳으로 가서 봄을 감상함1]로 의역된다. 왕인박사에 관한 기록은 일본의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에는 화이길사(和邇吉師)이라고, 일본서기에는 왕인(王仁)이라고 그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왕인박사는 기술공예의 전수, 일본가요의 창시 등에 공헌함으로써 일본 황실의 스승이며 정치고문이 되어 백제문화의 전수를 통하여 일본 사람들을 계몽한 성인으로 일본 비조문화(飛鳥文化)의 원조가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시인은 왕인박사의 모험적인 일본행이 일본 문화의 비조(鼻祖)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일본에 과시한 계기가 되었음을 큰 광영으로 생각한 모습을 보인다. 한 곳에 모인 상춘객들이 낭주 고을에 이르고 있는데, 왕인박사 축제는 해마다 열리고 있다는 시상의 머리를 꺼내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왕인박사는 세계동포정신, 인류박애정신을 몸에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화자는 왕인박사가 이룩한 업적이 비단 백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외국에 그 우수함을 공유해야 한다는 세계화에 있었음을 알게 한다. 평촌(坪村)에는 버들이 푸르니 꾀꼬리 나는 속에, 종일 관광하면서 빛나는 자리 함께 했다고 했다. 분명 왕인박사는 ‘나’ 뿐만 아니라 ‘너’라는 공유의 정신, 희생의 정신으로 이바지한 큰 어른이셨음을 떠올리게 된다.
【한자와 어구】
賞春客: 상춘객. 到: 이르다. 도달하다. 郎州天: 낭주(영암)골. 祝祭: 축제를 하다(열다). 王師: 왕인박사. 歲歲連: 해마다 이어지네. // 柳綠: 푸른 버들. 坪村: 평촌(영암에 있는 지명). 黃鳥裏: 꾀꼬리가 나는 속에. 觀光: 관광하다. 盡日: 하루 종일. 共華筵: 빛나는 자리를 함께 하다.

▲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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