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勝地賞春2(승지상춘) 
                                     叙光 張喜久

        좋은 땅 봄기운에 상춘객 줄을 잇고
        버들 솜 강 언덕을 어지럽게 날리네
        시회에 참가한 시객들 자리 더욱 빛내며.

        靈巖勝地闢春天   處處山河賞客連
        영암승지벽춘천   처처산하상객연
        柳絮紛紜飛岸上   吾儕挑興樂詩筵
        유서분운비안상   오제도흥락시연

‘영암 경치 봄기운에 산과 강엔 상춘객들,
 버들 솜이 강언덕에 흥 돋으며 시회여네’

왕인박사의 탄생지인 성기동과 박사가 마셨다고 전해오고 있는 성천이 있으며, 탄생지 옆에는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또 월출산 중턱에는 박사가 공부했다고 전해오는 책굴과 문산재·양사재 등이 있다. 책굴앞의 왕인박사 석인상은 박사의 후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 한다. 성기동 서쪽에 있는 돌정고개는 박사가 일본으로 떠날 때 동료, 문하생들과의 작별을 아쉬워했다고 하여 돌정고개도 있다. 시인은 영암의 경치 좋은 땅에 봄기운 열렸으니, 곳곳 산과 강마다 상춘객 줄을 잇는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버들 솜이 강 언덕 위에 어지럽게 날리는데(勝地賞春2)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영암의 경치가 좋은 땅에 봄기운이 열렸나니 / 곳곳의 산과 강마다 상춘객들이 줄을 잇는구나 // 버들 솜이 강 언덕 위에 어지럽게 날리고 / 우리는 흥을 돋구며 시회여는 자리가 즐겁구나]라는 시상이다.  ‘시인과 대화하려면 평설을 보라!’ 평설의 진수를 요약했더니만…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좋은 곳으로 가서 봄을 감상함2]로 의역된다.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 설치된 백제문이 일본 간자키시에 동일한 한옥 양식으로 지어졌다. 백제문 건립은 왕인공원 조성에 나서고 있는 일본 간자키시 시장이 제안하여 영암 군수가 받아들여서 이뤄졌으며 2억원 규모의 사업비는 영암군에서 부담했단다. 일본 간자시키는 왕인박사가 영암 상대포를 출발해서 일본에 도착한 곳이란 설이 있고, 왕인신사와 왕인천만궁이 자리한 곳이다.
 시인은 우리 문화가 일본 문화 발전을 물론 두 나라 문화의 공유성을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음을 알게 한다. 그래서 영암의 경치 좋은 땅에 봄기운 열렸으니, 곳곳의 산과 강마다 상춘객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왕인박사가 영암 상대포를 출발하여 일본 간자시키에 도착해서 일본 문화의 서막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은 우리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문화는 ‘누가 누구에게’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이다. 상위의 문화가 하위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한 화자는 버들 솜이 강 언덕 위에 어지럽게 날리고, 우리는 흥을 돋구면서 시회를 여는 자리 즐겁다고 했다. 왕인박사의 장도와 치적을 축하의 자리는 상춘객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었을 것이다.

※ 아래 [♧]표는 본 작품 번안이 끝나고, 다음으로 이어짐을 뜻하는 표시임.
靈巖: 영암. 낭주골이라도 함. 勝地: 경치 좋은 땅. 闢春天: 봄 하늘이 열리다. 處處: 곳곳마다. 山河: 산하에. 賞客連: 상춘객이 이어지다. // 柳絮: 버들 솜. 紛紜飛: 어지럽게 날리다. 岸上: 강언덕에. 吾儕: 우리들. 挑興: 흥을 돋다. 樂詩筵: 시회를 여는 자리.

▲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제공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