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망기 발행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21대 국회는 여야간 자리다툼이 전부인 원구성협상이 끝내 파행을 거듭하다가 여당 단독국회로 개원되는 오명을 남겼다. 국민들은 일하는 국회의 모습,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원했지만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정치불신의 싹이 21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꿈틀대고 있는 형국이다. 식상한 국회의 모습 만큼이나 성년이 지난 지방의회의 모습도 구태와 협잡이 판치기는 마찬가지다. 광양시의회도 지난 1일과 2일 양일간에 걸쳐 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장 선거를 마무리하며 하반기 원구성을 마쳤다. 그러나, 이런 식의 행태에 대해서는 의회 내부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다수당의 일방통행식 의장, 부의장 선출 절차다. 13명의 전체 의원 중 11명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중앙당 지침을 통해 소속의원들이 먼저 의장과 부의장 후보를 선출하도록 했다. 의장단 선거에 따른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이러한 행태는 소수정파의 의견은 아예 무시하겠다는 오만이 깔려 있다. 의장과 부의장은 특정 정파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광양시의회 전체를 대표한다. 그런데, 사전 경선이라는 미명하에 치러지는 이 경선에서 소수정파가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는 봉쇄된다.
두번째 문제는 그들만의 깜깜이경선이 불러오는 극단적인 편가르기와 편법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이번 광양시의회 의장과 부의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과정을 복기해 보면 더욱 그렇다.
당초 의장선거에는 이번에 당선된 진수화의원과 박노신, 문양오 의원이 경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의장 선거에는 최한국 의원이 단독 입후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내경선이 치뤄진 지난 달 25일의 판세는 11명의 소속의원 중 박노신 의원이 5표, 문양오 의원이 4표, 진수화의원이 2표를 확보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경선이라면 5표를 확보한 박노신의원과 문양오 의원이 결선투표에 진출하고, 결선투표에서 진수화 의원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의장 후보로 당선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경선 3분여를 남기고 대반전이 일어났다. 의장후보를 고집했던 문양오 의원이 2표를 가진 진수화의원에게 의장후보를 내주고, 자신을 부의장 후보로 당선되도록 해달라는 극적(?)인 딜이 이뤄진 것이다. 당내 경선을 위한 투표가 본격 시작되자 문양오 의원은 의장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2위 후보와 3위 후보간 짬짜미를 몰랐던 쪽에서는 2위 후보가 세불리를 인정하고 후보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투표 결과는 3위로 인식됐던 후보가 6표를 얻으면서 의장 후보로 당선됐다.
극적인 반전은 부의장 후보 선거에서도 연출됐다. 의장 후보 사퇴를 선언했던 문양오 의원이 부의장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고, 경선 결과는 단독 후보가 유력했던 최한국 의원을 제치고 부의장 후보로 당선된 것. 결국 깜깜이 선거에 후보간 짬짜미가 판세를 결정해 버린 셈이다. 흔히, 선거를 전쟁으로 표현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승리하는 것이 선이라고 하지만, 모든 승리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차제에 지방의회의 원구성 규정을 손질해 사전 후보 등록제를 실시하자는 의견도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의 원구성은 철저한 자리나눠먹기로 진행되어 왔다. 한정된 상임위원장 자리로 표가 움직여 온 것이다. 광양시의회의 하반기 원 구성도 철저하게 이러한 관행에 따라 진행됐다. 결국 원구성이 시민들과 무관한 의원들만이 참여하는 의회 내부의 문제라 하더라도 그 판단의 중심은 시민에게 있어야 한다. 광양시의회 하반기 의장으로 당선된 진수화 의장은 당선인사를 통해 의회의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원구성을 둘러싼 의원들의 이합집산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광양시의회가 선거과정에서의 앙금을 말끔히 털어내고 하나의 의회로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해 낼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의회 내부의 반목, 의회와 집행부의 극단적인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그들을 선출해 준 시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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