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망기 발행인

최근 광양시공무원노조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광양시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공무원노조 측은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공무원들이 신뢰하고 존경할 만한 시의원과 개선이 필요한 시의원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설문조사 형식을 통해 공무원들이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노조 측은 당초 베스트시의원과 워스트시의원을 선정하기로 했으나, 신뢰하고 존경할만한 시의원 항목에서 상위득표를 한 3명을 내부적으로 공개하고, 개선이 필요한 시의원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공무원도 유권자이자 시민의 일원이기 때문에 선거직 공직자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업무 수행에 있어 밀접한 연관을 갖는 의원들의 평소 행태에 대한 의사표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러한 평가나 의사표시는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자칫 이런 식의 평가나 설문조사가 선출직인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표현상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공무원노조의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여러 자치단체에서 시도되었고, 그 결과가 적나라하게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대개 공무원조직과 지방의회와의 갈등을 격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는 했다. 평가를 받는 입장인 시의원 입장에서는 견제의 대상인 공무원조직이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공무원들의 지방의원에 대한 개별 평가는 대개 공무원의 선거직인 시의원 길들이기란 오해로 귀결된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선거국면에서 갖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법적으로 정치적 중립과 선거 불개입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실제 선거국면에서 공무원조직의 힘은 막강하다. 다음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의원들 입장에서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의원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공무원 친화적인 시의원이 시민들을 위한 의정활동도 잘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광양시공무원노조가 실시한 이번 조사는 ‘공무원으로부터 신뢰받는 시의원 설문조사’다. 공무원의 시각으로 개별 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그 명칭을 어떻게 정하든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일종의 인기투표라고 해도 설문결과는 역으로 ‘공무원이 신뢰할 수 없는 시의원’을 선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11명의 의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나뉠 수 있고, 평가를 당하는 입장에서 결코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의회의 견제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시의 발전과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조직에서의 인기도를 평가하는 설문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의 공무원노조가 실시한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고 하지만, 공무원의 의정평가가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의문이다. 혹여 이번 설문조사가 ‘공무원들에게 잘 못 보이면 당신들의 다음 선거는 어떻게 될지 아는가?’라는 공무원 조직의 은근한 압력은 아니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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