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망기 방행인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위기 속에서 폭우에 이은 폭염, 그리고 태풍까지 연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날들이다. 이런 가운데 방역의 최전선을 지켜야 할 의사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는 보수단체의 8.15집회는 국가 전체를 코로나19 위기로 몰아넣고 있고, 그 중심에 있는 한 목사는 복음보다도 바이러스를 더 빨리 퍼뜨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 자신이 코로나19로 감염되어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있었음이 드러났지만, 그의 헛소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의대상 정원을 늘린다는 정부 정책에 맞선 의사들의 파업은 누가 뭐래도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명분없는 파업이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 전체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는 극우 보수세력이나 자신의 밥그릇 크기가 줄어들까봐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 소명을 저버린 의사들이나 오십보 백보라 할 수 밖에.

감염병 청정지역을 지켜 온 전남동부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가족간 감염에서 비롯된 광양의 코로나 19확진자는 일단 광양8번 확진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동료간의 회식을 통해, 가족간의 접촉을 통해 확산되는 바이러스를 보면서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인근 순천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서울의 방문판매업소 방문자에서 비롯된 감염확산은 카페와 대형마트, 푸드코트, 휘트니스센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하기 직전까지 광양시청앞 광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무색케 할 정도의 대규모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임금임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선언한 전남동부경남서부플랜트노동조합이 대규모 집회를 이어간 것. 급기애 지난 19일과 20일에는 수백명의 노조원들이 시청사를 점거하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청사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였다고 한다. 물론, 광양시민이 광양시청사내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엄격한 방역수칙 준수가 요구되는 시기이니만큼 방역수칙을 준수할 의무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방역수칙을 무시하면서까지 시청사를 들락거리겠다는 것은 오만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다중의 위력으로 청사를 점거한 처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사용자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조합을 결성하고, 주어진 법 절차에 따라 쟁의를 벌이는 것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권리이다. 그렇지만, 그 권리가 모든 것에 우선하지는 않는다. 

연이어 청사를 점거한 플랜트노조의 요구에 굴복한 광양시는 21일 시청 앞에 임시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22일부터 전남도가 사회적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자 이를 철거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 방역협조는 시민으로서의 의무이다. 자신들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안전도 소중하다. 다중의 위력이 법을 무시하거나, 위기시 시민사회에 요구되는 규범을 무시해도 되는 특권은 아니다. 한때 ‘헌법 위에 뗴법’이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떼법이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의사협회든, 노동조합이든 자신들의 이익만 우선하는 행태는 결코 국민의 지지도, 시민사회의 지지도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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