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이 있기에…광양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채취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방호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검체채취와 역학조사는 물론 환자이송, 출장검체 등 1인 3역, 4역을 담당하고 있다.

9월 7일, 월요일 오후 6시 기준 광양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20명이다. 최초 지역발생 확진자가 1명 발생한 이후 오랫동안 광양은 코로나19의 청정지대였다.
간혹 해외 입국자 중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들은 모두 검역과정에서 발견돼 일반시민과의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감염확산 관리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서울 서초구 확진자에서 비롯된 지역감염이 확산하고, 인근 순천시와 연관된 감염사례가 잇따르면서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확진자가 발생할때마다 방역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광양시보건소는 거의 전시를 방불케할 정도로 비상이 걸린다. 지난 1월 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2월 초부터 비상근무에 돌입한 광양시보건소 직원들은 8개월째 폭주하는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내고 있다.
보건소 건강증진과 감염병관리팀이 총괄하는 코로나19 대응팀은 7일 기준 1만550건의 상담을 실시했고, 5,056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이 중 20명이 최종 확진판정을 받았다. 확진자에 대한 관리는 검체 채취후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이나 민간 검사기관인 녹십자에 의뢰한 후 확진판정을 받을 경우 확진자를 음압병동으로 이송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확진자에 대한 관리는 병원 이송으로 마무리 되지만 정작 복잡한 문제는 그 이후이다. 확진자의 동선에 대한 역학조사를 토대로 밀접접촉자와 접촉자를 가려내야 하고, 이들에 대한 격리와 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박주필 광양시보건소장은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확진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으로 행정적으로는 마무리되지만, 이후 진행하는 일들이 업무의 60~70%를 차지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접촉자에 대한 검사와 격리를 진행해야 한다.
확진자의 확진판정 2일전부터 동선을 추적하며 CCTV를 확인하고, 카드사용내역을 확인해 밀접접촉자와 능동감시자, 일반접촉자를 분류해야 한다. 접촉자의 경우 14일동안 격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격리통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 2회 직접 현지를 찾아가 자가격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격리 해제 전에는 다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한다. 실제 격리 해제 전 검사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광양시보건소가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는 55명이 하루 6명씩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중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32명은 검체채취를 담당하고, 23명은 행정지원을 맡고 있다. 선별진료소에서는 역학조사와 검체채취를 담당하는데, 지역발생 3번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달 21일과 22일은 금호동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21일의 경우 하루 검체 채취건수가 564건에 달했으며, 22일은 622건으로 1일 최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20번 확진자 발생 직후인 지난 1일의 경우에도 검체채취건수는 491건에 달했다.
방역의 최일선 기지인 보건소를 출입하는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한 보건소 현관검역대의 경우 26명의 직원이 매일 2명씩 근무하며 출입자의 발열체크와 출입대장 관리, 일반민원 안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자가격리자에 대한 출장검체 채취도 수행한다. 출장검체는 32명의 직원이 하루 2명씩 번갈아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가격리 해제 2일 전 격리자의 자택 등을 방문해 검체를 채취한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불시점검도 보건소 직원들이 담당하는 업무이다. 경찰과 합동으로 격리자의 불시방문 이탈 여부를 점검하는 업무인데, 이러한 불시점검을 통해 자가격리 이탈자를 찾아내 고발조치를 하기도 한 바 있다.
7일 기준 광양시의 자가격리자는 확진자의 접촉자 53명과 해외입국자 32명이다. 자가격리자 중 광양 20번 확진자와 관련된 사람이 18명이고, 확진자가 발생한 미송식당 관련자가 12명, 타 지자체 이관 5명, 기타 18명 이다. 이들 자가격리자에 대한 능동감시 업무도 보건소 직원들이 수행해야 한다. 77명의 직원이 1인당 2~4명을 담당해 1일 2차례씩 유선 모니터링을 통해 이탈자를 확인하고 있으며, 앱을 활용해 관리하기도 한다.
해외입국자에 대한 임시검사시설 운영에는 주중과 주말,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52명의 인력이 투입돼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격리시설 입소자의 생활기록을 관리하고, 입소자에 대한 도시락 등 지원물품을 관리한다.
해외입국자 수송업무도 마찬가지. 해외입국자가 순천역에 도착하면 2인1조로 편성된 보건소 직원들은 입국자의 신병을 인수해 임시검사시설로 이송한다. 주간의 경우 바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임시생활시설인 백운산 자연휴양림으로 이송하고, 야간의 경우 백운산자연휴양림 이송 후 이튿날 출장검체를 채취한다. 검체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날 경우 격리자의 자택으로 이송하게 된다.
그러나, 보건소 업무가 코로나19 대응에만 그치지 않는다.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러한 일들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8개월째 지속된 비상근무는 피로도를 누적시켜 퇴근하면 쓰러져 자기 바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야간상황 발생시 다시 현장에 투입된다.
지역사회를 감염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삼복더위에도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검체채취요원들의 고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수시로 방호복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해야 하고, 출장검체 채취시에도 방호복은 필수이다.
인근 순천시의 경우 보건소 직원이 검체채취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돼 확진판정을 받기도 했다. 원칙은 한사람의 검체를 채취할 때마다 방호복을 갈아입도록 하고 있지만, 검사자가 밀릴 경우 장갑만 바꿔끼고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검체채취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방호복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실수하게 되면 자신이 감염될 수도 있다”며, “ 그러나 본인이 감염되는 것보다 더 부담스러운 것은 나의 감염으로 인해 보건소가 감염원이 되고, 보건소 자체가 폐쇄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장검체의 경우 2인1조로 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해 채취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채취를 위해 방호복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아파트의 경우 복도에서 환복을 할 수 있지만 일반 주택의 경우 별다른 가림막도 없는 골목길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비가 오거나 하면 특히 어려움이 큽니다. 또, 해외입국자 중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의사소통이 월활하지 않아 어려움이 따르기도 합니다.”
직원들은 검체채취에 투입되었다가 해외입국자 이송업무에 투입되기도 하고, 자기 본연의 업무도 수행해야 한다. 사회적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보건소 직원들은 식당 등을 찾아다니며 방역 협조를 요청하기도 하고, 방역수칙 준수여부를 점검하기도 하는데 오랜 사회적거리두기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주들은 직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내가 감염되는 것보다, 나로 인해 보건소가 감염원 될까 더 걱정”

지역내 확진자 발생시 보건소에 문의전화가 집중되면서 전화응대를 하는 직원은 수화기를 내려놓을 틈이 없다. 
“시민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직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임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서 1명의 확진자만 생겨도 불편을 겪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노력해서 한사람의 확진자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이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직원은 “어렵고 힘들지만 시민들께서 간식을 주시기도 하고, 격려를 많이 해주시는 것에서 힘을 낸다”며, “특히 힘든 자가격리 생활을 하는 시민들이 방문하는 직원들을 격려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 같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자가격리를 하는 시민들도 자신들의 행동과 무관하게 자가격리를 당하면서도 적극 협조해 주고 계십니다. 해외입국자의 경우 귀국과 동시에 임시격리시설로 이송하게 되는데, ‘아무 준비도 없이 산속에 쳐박아 버린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9월 7일 기준 광양시의 확진자 중 2명은 위중환자로 관리되고 있다. 이 중 한 명은 투석치료 환자다. 사랑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던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당시 투석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자가격리 상태에서 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
10명의 환자 중 광양시민은 7명. 이 7명을 위해 보건소 직원들은 매주 3일씩 환자를 자택에서 병원으로 이송하고, 4시간에 걸친 투석치료가 끝나면 다시 병원에서 자택으로 이송해 주고 있다.
박주필 보건소장은 “비상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직원들의 피로가 심화되고 있다. 출퇴근과 식사시간도 따로 없을 정도로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체력 비축을 위해 쉬라는데도 쉬지 않는다. 보건소는 날마다 살얼음판이다.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시민들도 힘드시겠지만 방역수칙을 잘 준수해 우리 지역에서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모두가 힘든 시기,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건강한 광양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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