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擊蒙要訣(격몽요결)
叙光 張喜久
    
    율곡의 필봉 소리 나무 깨듯 울려나고
    당당한 격몽요결 깊은 뜻 옳게 심어
    큰 동량 친애경장으로 등재된 관혼상제.
    栗老筆鋒如破松  擊蒙要訣意堂堂
    율노필봉여파송  격몽요결의당당    
    冠婚喪祭詳登在  愛親敬兄大棟樑
    관혼상제상등재  애친경형대동량

율곡 필봉 파송처럼 격몽요결 옳은 뜻을, 
관혼상제 등재되어 사랑공경 동량 되리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李珥:1536~1584)가 인생의 가르침을 엮은 책이다. 후학 교육을 위해 마련한 정신 수양서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우고 깨우쳐야 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해 보인 책이다. 이는 수세기를 뛰어넘은 오늘날에도 소중한 생활 교육 지침서로서, 가정을 바로 세우고 정의로운 사회 실현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깊이 새길 만한 가르침이 담겨 있는 보고(寶庫)다. 시인은 율곡 선생 필봉은 소나무 깨는 것 같고, 격몽요결의 깊은 뜻은 옳고 당당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친하고 사랑하며 형을 공경함은 큰 동량이네(擊蒙要訣)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율곡 선생의 필봉은 마치 소나무를 깨는 것 같고 / 격몽요결의 깊은 뜻은 옳고 당당하기만 하다네 // 관혼상제의 깊은 뜻이 책속에 등재되어 있고 / 친하고 사랑하며 형을 공경함은 큰 동량이네]라는 시상이다. 평설은 감상을 앞선다. 시인과 대화하면서 가만히 시상을 들춘다. ‘율곡 필봉 파송처럼 격몽요결 옳은 뜻을, 관혼상제 등재되어 사랑공경 동량 되리’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격몽요결을 읽고 나서]로 의역된다. 이 책은 모두 38권으로 구성된 ≪율곡전서≫의 27권에 들어 있다. 마음을 세우는 것, 몸소 실천할 일, 부모 섬기는 법, 남을 대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 준 교양서다. 전편에 걸친 권선징악이나 효에 대한 강목이 어느 책보다 강하여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꼼꼼하게 따지면서 읽으면 요즈음 강조되고 있는 인성교육에 크게 감동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시인은 위와 같은 교양을 가르치는 격몽요결이 비단 어린이에게만 한정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백성을 가르치고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옥저이기 때문이다. 율곡 선생의 필봉은 소나무를 깨는 것 같고, 격몽요결의 깊은 뜻은 옳고 당당하기만 하다는 자기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보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인성의 함량이 진하게 담겨진 값진 보물이 들어있음을 본다.
이 격몽요결에는 관혼상제의 예와 순서를 비롯해서 망자가 음택에서 영면하고 있을 것이라는 체험적인 의식도 제시된다. 그래서 화자는 관혼상제의 깊은 뜻이 모두 다 등재되어 있고, 서로 친하고 사랑하며 형을 공경함은 큰 동량이겠다는 뜻을 한껏 담아냈음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책이라기 보다는 국민의식을 깨우는 법률과 같은 교과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자와 어구
栗老: 율곡 선생. 筆鋒: 필봉. 如破松: 소나무 깨는 것 같다. 擊蒙要訣: 격몽요결. 意堂堂: 뜻을 옳고 단단하다. // 冠婚喪祭: 관혼상제 의식. 詳登在: 상세하게 등재되어 있다. 愛親: 어버이를 사랑하다. 敬兄: 형을 공경하다. 大棟樑: 큰 동량. 커다란 대들보.

▲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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