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의 매력에 빠져 시낭송 지도자 자격 취득… 지역사회 교육 참여하고파

시는 함축된 언어의 미학이다. 그다지 길지 않은 최소한의 언어로 이미지를 그리고 그 속에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여기에 시적 운율까지 내재하도록 하면서 독자에게 감정의 반응을 높인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메시지를 담고 풍부한 상상력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시를 쓰는 작가들은 오랜 탐구와 고된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시를 표현하면서 감동과 여운을 전달한다.
제9회 무원문학상에서 시조부문 본상을 차지한 왕나경(57) 시인은 사물과 배경을 깊이 보는 섬세한 시선으로 섬진강의 봄을 자신만의 시적표현으로 예찬하는 동시에 지역의 가치까지 알리고 있다. 그가 쓰는 시조에는 광양만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있다. 광양시조문학의 위상을 한층 높인 왕나경 시인을 만나본다.

■곁에 두고 즐겨라
“시조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학창시절 학교에서 배운 시조를 생각해서 그런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시조는 한 단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표현하는 시조는 고시조가 아닌 현대시조이기에 이미지를 그리거나 주제를 전달하기 좋은데 저는 광양만의 이야기를 소재로 상을 두 번이나 받게 됐습니다.”
왕나경 시조시인은 2018년 ‘광양만 김치’라는 시조시집으로 제32회 허난설헌 문학상에서 시조부문 본상을 차지한데 이어 지난 8월 제9회 무원 문학상 시조부문에서 두 번째 시조집 ‘섬진강, 벚꽃팝페라’로 본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에도 수안보온천 시조문학상 대상을 차지한 바 있지만 그 대회는 수안보 관련 주제가 주어져 광양만을 주제로 한 시를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왕 시인은 이번 ‘섬진강, 벚꽃팝페라’를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섬진강을 표현한 언어의 미학은 새로운 시선이었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사색은 독자를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다는 것. 하동출신인 왕 시인은 어려서부터 봄꽃이 만개한 섬진강 길을 걸으며 섬진강의 봄을 글로 표현해 보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그때부터 시를 외우며 다녔고, 국어선생님이 나중에 크면 시인이 될 거라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말에 더 힘을 얻어 시를 곁에 두고 즐겨했던 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시낭송과 시조의 아름다움 알려
광양으로 시집을 와서는 신문과 생활지, 잡지 등에 글을 투고해 그 글이 실리는 기쁨을 누렸다. 이러한 노력을 거쳐 2017년 10월 마침내 등단을 하게 됐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시조시인은 아니었다.
2018년 한국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충주문학 중원 백일장에서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하면서 시조시인이 됐는데, 시조를 이때까지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장원이 된 것이 놀랍기만 하다.
“장원이 되고 나서야 시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심사를 맡았던 정유지 교수님이 시조를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조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것이 너무나 재미있고 특히 운율에 따라 바꿔야 하는 글맵시에 대한 교육은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왕 시인은 1주일 한번 씩 과제를 제출하며 시조에 대한 공부를 지속했다. 그러자 이내 욕심도 생기게 됐다고 한다.
“지금 국문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반적인 시에 대해 공부를 더 하고 싶은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꿈꾸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시낭송가입니다.”
왕 시인은 얼마 전 시낭송 지도자 교육과정을 끝나고 시낭송 1급자격증을 취득했다.
“시는 글자이기에 말로 하는 낭송보다 감정이 약합니다. 이에 시낭송의 매력에 빠져 자격증도 공부하게 됐고 앞으로 시인으로서 역할은 물론 낭송가로서의 삶도 영위하고 싶습니다.”
왕 시인은 최종적으로 문학박사과정을 밟고 시조와 낭송에 관한 교육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역의 어르신이나 방과 후 교육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에게 시조를 가르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시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은 것입니다. 시조를 배우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내면적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치유를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나중에 시인이 되면 예쁜 마음으로 예쁜 글을 쓸 것입니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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