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大學(대학) 
叙光 張喜久
       
        대학을 두루 읽어 마음 속 감동되면
        공평해 넓고 커서 천길 마냥 너그럽고
        후인들 실행하면서 가르침 준 깊고 옅음.
        遍讀斯書自動心    寬平廣大似千尋
        편독사서자동심    관평광대사천심
        後人莫道實行苦    從古政治有淺深
        후인막도실행고    종고정치유천심

‘두루 읽어 마음 감동 높고 커서 천길 같네, 
후인 실행 말들 말게 옅음 깊음 가르치고’

중국에서 유교가 국교로 채택된 한대 이래 오경이 기본 경전으로 전해지다가 송대에 주희(朱熹)가 당시 번성하던 불교와 도교에 맞서는 새로운 유학의 체계를 세우면서 [예기]에서 [중용]과 [대학]의 두 편을 독립시켜 사서(四書) 중심의 체재를 확립했고 한다. 곧 예기 제42편이 대학이다. 주희는 대학에 장구(章句)를 짓고 자세한 해설을 붙이는 한편, 착간(錯簡 : 책장의 순서 잘못)을 바로잡았다. 시인은 이 책 두루 읽으면 마음을 감동시키니, 너그러우면 공평하고 넓고 커서 천 길과 같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후인들은 실행하기가 힘들다 말하지 말게(大學)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이 책 두루 읽으면 마음을 감동시키기 적당하니 / 너그럽고 공평해서 넓고 커서 천 길과 같네 // 후인들은 실행하기 고통스럽다 말하지들 말게 / 고대정치로부터 옅음과 깊음이 있어 큰 가르침이겠네]라는 시상이다. 상상력은 시의 몸통과 같다. 시인의 맑고 고운 상상력을 들춘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대학을 읽고 나서]로 의역된다. 대학의 저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중용과 대학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지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에는 15세기 말 함경도·평안도·제주도에까지 대학이 널리 보급되었다. 선조 때부터 진행된 언해사업은 1576년 율곡 이이가 왕명을 받아 13년 만에 완성, 간행하여 도산서원에 하사되었으며, 1605년에 재반포가 이루진 뒤로도 널리 읽혀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발행 및 보급경위를 자세히 밝힌 것으로 사서의 첫대목으로 비록 예기의 한 편명이기는 했으나 그 중요성을 확실하게 알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대학을 두루 읽으면 자연히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으리니, 마음의 넓게 생각하면 공평하고 넓고 커서 천 길(尋)과 같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흔히 인용되는 대학의 항(項)도 보이고, 목(目)도 보이는 너그러움이 배어나온 시상의 면면이다.
 화자는 이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학을 쉽게 보지 말라는 가르침이란 한 마디를 넌지시 던진다. 후인들은 대학 내용 실행하기가 힘들다고 말하지들 말라고 당부하면서 고대 정치에도 옅음과 깊음이 있었나니 큰 가르침이지 않겠는가를 묻고 있다. 비록 대학 책이 부피가 옅다고 함부로 여기지 말라는 가르침 한 마디 보낸다.

【한자와 어구】
遍讀: 두루 읽다. 斯書: 이 책. 自動心: 저절로 감동을 받다. 寬平: 너그러우면 공평하고. 廣大: 널리 펴다. 似千尋: 천 길과 같다. // 後人: 후인. 후대 사람들. 莫道: 말하지 말라. 實行苦: 실행하기 고통스럽다. 從古政治: 고대 정치로 부터. 有淺深: 깊음과 옅음이 있다.

▲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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