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論語(논어) 
                                         叙光 張喜久

        공자의 문헌 흔적 묻어난 학이시습
        스승과 제자 간에 오가는 정분인 걸
        글 물결 움직이겠네, 문답하는 도중에.
        學而時習渾忘私    孔聖文痕尋特奇
        학이시습혼망사    공성문흔심특기
        師弟往來何處在    慇懃問答動書波
        사제왕래하처재    은근문답동서파

‘학이시습 사욕 잊고 공자 흔적 특이함이, 
스승 제자 오간 정분 문답 물결 움직이고’

논어는 BC 45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공자 언행록을 모은 책이다. 공자를 중심으로 제자들과 제후와의 문답 등을 기록했다. ‘논어’는 어록이란 뜻이다. 공자와 그 제자들의 말과 행동이 약 500개에 이르는 문장이다. ‘학이편’에서 ‘요왈편’까지 2모두 0편으로 이루어졌다. 조선의 논어 첫 간행은 1056년으로 알려지며 고려사에 기록되었다. 논어를 포함한 모든 경전을 여러 학원(學院)에 나누어 두었다. 시인은 배우고 때로 익히면 사욕을 잊겠고, 공자의 문헌 흔적에서 그 특기함을 찾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스승과 제자 간에 오가가는 정분 어디에 있나(論語)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사욕을 잊겠고 / 공자의 문헌 흔적에서 특기함을 찾겠네 // 스승과 제자 간에 오가가는 정분이 어디에 있겠는가 / 은근히 문답하는 것만이 글의 물결을 움직일 수 있겠네]라는 시상이다. 상상력은 시상의 밑바탕이 된다. 정리해 본 시주머니를 펼친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논어를 읽고 나서]로 의역된다. 조선시대에 세종은 주자소를 건립하고 ‘논어’를 포함한 모든 서적을 간행해서 각 지방에까지 보급했다. 한문으로 된 경전을 우리말로 풀어 이해하기 쉽게 하려는 노력도 했다. 고려 말의 정몽주와 권근은 논어에 토를 달았고,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다음에 전문기관을 설치해 ‘경전의 음해(音解)’를 찬하게도 했다. 세조 때에는 구결을 정했고, 성종 때는 언해구두(諺解口讀)를 찬집하기도 했던 노력들이 꾸준하게 있어 왔다. 만백성들에게 읽게 함이었으리라.
 시인은 이와 같이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어 보인다. 그래서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라고 했으니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흔연히 사욕을 잊을 수 있겠다고 하면서, 공자님(:孔聖)의 문헌 흔적에서 특기함을 찾을 수 있겠다고 했다. 논어의 전국적인 보급의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화자는 삼경까지는 깊은 학문에 연원하고 있겠지만, 사서만은 국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갔음을 안다. 그래서 화자는 스승과 제자 간에 오가가는 정분이 어느 곳에 있겠는가를 묻고 은근하게 문답하는 것만이 글의 물결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시상을 만지작 거린다. 세종의 한글 창제의 진정한 정신은 ‘경전의 음해(音解)’에 있었음도 다시 새겨볼 일이다.

【한자와 어구】
學而時習: 배우고 때때로 익히다. 渾忘私: 흐릿한 사욕을 잊다. 孔聖文痕: 공자의 문헌 흔적. 尋特奇: 기이함을 찾다. // 師弟往來: 사제 간에 오가는 정분. 何處在: 어느 곳에 있는가. 慇懃: 은근하게. 問答: (사제 간에) 문답하다. 動書波: 글의 물결을 움직일 수 있다.

▲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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