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틱장애로 취업 어려워…좌절 겪으면서도 도전 멈추지 않아

광양읍에 위치하고 있는 ‘매실꽃달아’라는 카페는 광양의 꽃 매실로 이야기를 듬뿍 담아 수제매실디저트를 판매하는 전문점이다. 이곳의 김은영(34) 대표는 매실과 천연발효종을 이용한 요거트 등 매실 가공식품과 다이어트 제품을 개발해 지역의 향토농산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김 대표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는 지금까지 창업이 아닌 취업하기 위해 끝없이 도전을 해오다가 결국에는 창업으로 새 삶을 시작하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세상의 편견을 이기지 못했고, 순탄치 않았던 인생길을 걸어와야 했던 그 이유를 들어본다.

■ 뚜렛증후군 
김은영 대표는 그동안 취업하기 위한 이력서를 1000여 통이 넘게 쓰고 지원했다. 하지만 취업을 했던 곳은 손가락으로 꼽는다. 더구나 직장생활도 1주일에서 길면 3주일 정도로 짧았다.
그가 이토록 취업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뚜렛증후군을 오래도록 앓고 있기 때문이다. 뚜렛증후군이란 일명 틱장애로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신체일부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틱장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 홀로 세상에 맞서 싸워야 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다. 그래도 암기만은 자신이 있어 성적은 결코 뒤처지지 않아 대학까지 졸업했다. 자격증도 무려 1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취업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저는 새해가 되면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100부 정도 복사하는데, 6월이 지나면 그것이 다 없어져요. 그만큼 이력서를 많이 넣는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도 저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아 매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도전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틱 장애는 장애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처우를 받지 못해 취업하기도 어려웠고 장애인복지관 이용도 할 수 없었다. 비장애인도 장애인도 아닌 사람이 되고 말았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정말 많이 있어요. 심지어 단 1점이 모자라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들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 할 듯합니다.”

■ 매실꽃달아
김 대표는 홀로 세상에서 견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부모로부터 독립했다.
“스스로 증명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김 대표는 취업이 되지 않으면 창업하는 꿈을 꾸며 이 고난도 금방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창업을 하려면 자본이 있어야 했는데 그것을 쉽게 마련할 수 없었기에 이력서를 쓰고 도전하기를 계속해 온 것이다.
김 대표의 부모는 그가 10살 되는 해부터 지금까지 여러 곳의 병원을 다니며 약값,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포함한 진료비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그 비용이 너무나 크기에 김 대표가 이토록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전남도는 물론 광양시에 청년창업이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항이 있는지 문의하고 또 문의했다. 그러다가 전라남도 향토자원 활용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매실꽃달아’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가 퇴직 후 다압면에서 직접 매실을 재배하는데 그것을 활용한 디저트를 생각하면서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매실꽃달아는 ‘매실꽃향기가 달다’ ‘매실은 꿀맛과 같다’ ‘매실꽃달아는 기분이 좋고 감미롭다’ 라는 3가지 의미를 품고 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매실꽃 달아’에 오면 매실플레인요거트, 매실초코릿, 매실아이스크림 등을 맛볼 수 있다.
“저는 제 스스로 유명해 질 거에요.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저를 찾아 올 것이고, 저와 같이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김은영 대표는 오늘도 광양의 특산품인 매실을 이용해 지역을 알리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청년들을 응원하고 있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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