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망기 발행인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소녀상은 평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정부의 끈질긴 방해에도 불구하고 소녀상은 미국과 독일에도 세워져 전쟁시 여성 인권유린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하고 있다. 그리고, 광양에도 소녀상이 건립되어 있다. 사람들은 소녀상을 볼 때마다 애잔함과 안쓰러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눈비를 맞고 서 있는 소녀상을 볼 때 처마나 파라솔을 설치했으면 한다는 사람도 있고, 장갑을 끼워주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일본군의 만행을 기억하는 조형물이며, 역사적 교훈을 담고 있는 조형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소녀상이 광양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발상이 참으로 듣는 이들을 아연케 한다.

광양매일시장상인회를 비록한 일부 주민들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소녀상 이전을 요구했다는 소식은 전국적으로 광양을 망신시키고 있다. 천박한 역사의식에 분노한 네티즌들의 댓글은 차마 옮기기 함들 정도로 광양사람들을 참담하게 한다. 도데체 소녀상과 상권 활성화가 무슨 상관이며, 누구에게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요구를 할 권리가 있다는 말인가? 소녀상이 위치한 광양역사박물관 역시 일제시대의 유물이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광양역사박물관은  광양군청으로, 광양읍사무소로 사용되던 건물이었으며, 일제 치하에서 건립된 건축물이다. 한때 일본제국주의의 관료들이 사용하던 건물 앞에 서 있는 소녀상은 역사적 상징성에서 가장 적확한 위치에 건립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 공간은 역사의 교훈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교육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소녀상이 상권활성화에 방해가 되고,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다시는 그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소녀상을 건립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것은 그 역사적 아픔이 현재진행형이고, 역사적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녀상을 보면서 지난 역사의 아픔을 보듬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별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참으로 헤아리기 어렵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광양에는 토왜만 사냐?”는 비아냥은 참으로 듣기 민망하다. 사람들마다 생각을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의 상식은 통해야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몰상식이 광양시민의 일반 정서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는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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