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春秋(춘추) 
                                        叙光 張喜久

        식별한 패자 공신 춘추시대 어둡고
        대의명분 내세워서 당세의 일이었나
        공자님 기술하셨네, 제후들 학술함을.
        春秋戰國亂天眞    敗者功臣識別論
        춘추전국난천진    패자공신식별론
        大義名分當世事    諸侯學述記孔人
        대의명분당세사    제후학술기공인

‘춘추시대 어지럽고 패자공신 식별 논해, 
대의명분 당세 일들 제후 학술 기록했네’

 

춘추는 오경 중 하나다. 경문이 1,800여조로 이루어진 최초의 편년체(編年體) 역사서다. 춘추 시대의 12공 242년간의 방대한 기록물이다. ‘춘추’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며, 경문 속에서는 사건이나 인물이 공자의 예와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 이념 아래 비판과 평가였다. 이 책은 사건에 의탁하여 대의명분을 피력했으며, 공자의 독특한 필법이 경문 전체에 일관했다. 시인은 춘추전국시대엔 하늘이 어지러웠음이 사실이었고, 패자와 공신을 식별하면서 이를 논해야겠다고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대의명분을 내세운 일은 당세의 일이였으니(書經)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춘추전국시대에는 하늘이 어지러웠음이 사실이었고 / 패자와 공신을 식별하면서 이를 논해야겠네 // 대의명분을 내세운 일은 당세의 일이었으나 / 제후들이 학술함을 공자님께서 이미 기록하셨네]라는 시상이다. ‘시인이여, 상상력을 발휘하라!’ 상상했던 시주머니를 펼쳐보니…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춘추를 읽고 나서]로 의역된다. 춘추는 순자 권학·유효에서는 처음으로 경(經)으로 다루고 있다. 이로부터 한대에 이르러 비로소 춘추에 담겨져 있는 공자의 미언대의(微言大義)를 밝히려는 춘추학(春秋學)이 성립되었다. 공자의 미언대의는 춘추의 서술 방식이나 용어 사용의 일정한 원칙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경문의 내용이 지극히 간절하여 그것을 해석한 전(傳)을 매개로 하지 않고는 원 뜻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시인은 역사인식의 중요성이 특별하게 강조됨을 역설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춘추전국시대에는 하늘이 어지러웠음이 사실이었으니, 패자와 공신을 식별하면서 이를 논해야겠다고 했다. 당시의 시대적인 요청이나 배경도 그랬을 것이지만, 숱한 세월이 지나도 역사의 진실은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깊은 뜻을 담으려는 시인의 분주한 모습이 훤히 보인다.
 화자는 대외적이며 합리적인 인식이 필요한 규범과 규칙도 필요했으리라.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는 그런 태도였을 것이다. 대의명분을 내세운 일은 당세의 일이었고, 제후들이 학술를 기록함은 공자님께서 모두 기록 하셨다고 했다. 역사서다운 춘추의 기록은 합리적인 기록은 영겁의 세월이 간다 하더라도 계속 변할 수 없는 진실이 숨어져 있음을 보인다.

【한자와 어구】
春秋戰國: 춘추전국시대. 亂天: 하늘이 어지롭다. 眞: 진실이다. 敗者: 전쟁에 패한 자. 전쟁에 패망한 자. 功臣: 공이 있는 신하. 識別論: 식별하면서 논했다. // 大義名分: 대의와 명분. 當世事: 당세의 일이다.  諸侯: 제후들. 學述: 학술하다. 記孔人: 공자님이 기록하다.

▲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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