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利見臺(이견대) 
 叙光 張喜久

        감포의 높은 누대 한 곡조 시름 담고
        백구들 무리지어 덩달아서 춤을 추네
        애무는 지는 해 향해서 하늘가를 수놓고.
        甘浦高臺一曲歌   樓前群舞白鷗多
        감포고대일곡가   루전군무백구다
        天邊靄霧炎斜日   長檻秋風律調波
        천변애무염사일   장함추풍률조파

‘한 곡조의 노래 불러 백구들은 춤을 추고, 
하늘가 애무 불타고 노래 소리 물결치네’

 

이견대는 경주시 감포읍에 있는 작은 돈대다. 문무왕의 혼이 잠든 대왕암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도로 옆의 정자에 오르니 망망한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해변이다. 대왕암은 바닷가에서 200m 떨어진 곳에 길이 약 20m의 바위섬으로 되어 있다. 왕이 승하실 때 내가 죽으면 화장하여 동해의 호국용이 되어 신라를 보호하리라는 유언에 따라 불교식 장례법으로 이곳에 모셨다 한다. 시인은 감포의 높은 대서 한 곡조 노래를 부르고, 누대 앞에는 많은 백구들 무리지어 춤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긴 난간 가을바람 부니 노랫소리 물결치네(利見臺)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감포의 높은 대에서 한 곡조 노래를 부렀더니 / 누대 앞에는 많은 백구들이 무리지어서 춤을 추네 // 하늘 가의 애무는 지는 해에 불타는 것만 같구나 / 긴 난간에 가을바람이 부니 노랫소리 물결치네]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상을 유추해 본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이견대에 올라 보니 대왕암이]로 의역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문왕은 호국용으로 된 부왕 문무왕을 위하여 감은사를 축조하였다. 그리고 이견대는 신문왕이 바다에 나타난 용을 보고 나라의 이익을 늘 보았다는 전설을 등에 업고 있다. 옛 이견대는 소멸되고 없지만, 1979년 신라의 건축양식을 추정하여 이견정을 새로 지었다. 문무왕은 삼국통일을 완성한 신라 제30대 왕으로(재위 21년 661~681) 부친 태종 무열왕의 업적을 이어받아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당나라의 침략을 막아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성했다.
 시인은 이와 같은 역사적인 전설이 담긴 이견대를 찾아 선경의 시상을 꼬기작거리고 있다. 감포의 높은 대臺에서 한 곡조 노래를 부르고, 누대 앞에는 많은 백구들 무리지어 춤춘다고 했다. 대왕암을 한 눈에 바라보이고 동해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서 백구들이 환영이나 나온 것 같은 착각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화자는 이견대에서 바라보이는 대왕암을 바라보면서 화려했던 신라의 중흥을 자연으로 빗대고 있어 보인다. 하늘가의 애무靄霧는 지는 해에 불타는 것 같고, 긴 난간 가을바람이 부니 노랫소리가 물결을 친다고 했다. 애무에 불타는 지는 해는 신라 중흥의 상징적인 표상이자 고려에 항복했던 역사적 시들음이었음을 알게 한다.

【한자와 어구】
甘浦: 감포. 경북 경주시 감포읍. 高臺: 높은 누대. 一曲歌: 한 곡조의 노래. 樓前: 누대 앞. 群舞: 여러 마리가 춤추다. 白鷗多: 백학이 많다. // 天邊: 하늘가. 靄霧: 아지랑이와 안개. 炎: 불타다. 斜日: 빗긴 해.  長檻: 긴 우리. 秋風: 가을바람. 律調: 율조, 노랫소리. 波: 파도치다.

▲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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