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昭陽江淸平寺(소양강청평사) 
                                           叙光 張喜久

        예맥 터 여름 관광 소양강 물이 맑아
        청평의 산기슭에 승문 함께 열렀구나
        추회를 읊은 곡들이 청평 염불 끌어안고.
        季夏觀光貊址先   昭陽江上古都蠲
        계하관광맥지선   소양강상고도견
        淸平麓下僧門闢   今日追懷詠曲翩
        청평록하승문벽   금일추회영곡편

‘여름 관광 예백 터는 고도 맑고 깨끗하네, 
청평산의 승무 열려 추회 곡을 읊는구나’

 

소양강청평사는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에 소재한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4년인 973년 영헌스님이 창건하여 백암선원이라 하였고, 문종 22년에 중건하여 보현원이라 했다 한다. 이후 아들 이자현이 이곳으로 내려와 은거하면서 모든 것이 평정된 산이라 하여 청평산으로 바꾸고 사찰을 중창하여 문수원이라 했다. 옛절을 품에 안고 있는 오봉산은 해발 799m이고 춘천시와 화천군 사이의 솟은 산이란다. 시인은 여름의 관광은 예맥의 터가 우선이겠고, 소양강 위 고도는 깨끗하고 맑기만 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오늘의 추회에 읊은 곡이 왔다갔다 하구나(昭陽江淸平寺)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여름의 관광은 예맥의 터가 우선이겠고 / 소양강 위 고도는 깨끗하고 맑기만 하구나 // 청평의 산기슭 아래엔 승문이 열리어 있고 / 오늘의 추회에 읊은 곡들이 왔다갔다 하구나]라는 시상이다. 오른쪽 면 감상적 평설문을 통해서 시인의 시상을 요약해 본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소양강 청평사에 올라]로 의역된다. 청평사는 공민왕 16년(1367년)에 당대의 고승 나옹선사懶翁禪師가 머물렀던 곳이고, 조선초에 매월당 김시습이 이곳에 살면서 남긴 시 6편이 문집에 실려 전한다. 조선 13대 명종10년(1555년) 당시의 판선종사 보우스님이 칙령에 의해 주지로 부임한 뒤 대대적으로 중건을 했고 문수원을 청평선사로 바꾸었다. 현재의 보물로 지정된 화전문은 이때에 신축되었다. 본당 능인전을 철종 2년에 소실되었고, 6.25때는 극락전까지 또 소실되었다가 훗날 복원되었다.
 시인은 청평사의 역사를 다 알고나 있듯이 역사의 뒤안길에서 서성이는 모습으로 한 줌 시상을 일으켰다. 하늘 문이 비로소 열리면서 피어난 여러 꽃떨기들 남은 한 꽃봉오리가 터진 가을 눈동자가 선하다고 했다. 선경에 취할 수 있는 자연의 순환이 선명한 가운데 후정을 품에 안을 태세를 갖추는 시상을 만난다.
화자는 질곡의 역사 속에 오직 남아 있는 것은 옛터와 같은 침묵 속에 복원의 묵묵함이 그 때의 그 일들을 말해주고 있다. 눈감고 조용히 앉아 간절히 비는데, 이때 긴장감이 온 줄기를 감돈다고 했다. 오봉산이라 불리는 비로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이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청평사를 지키는 슬기에 말해준다. 역사는 거짓없이 당대를 말해준다.

【한자와 어구】
季夏: 여름 계절. 觀光: 관광객들. 貊址: 예백의 터. 先: 우선이다. 昭陽江: 소양강. 춘천을 가르는 강. 上: 위. 古都: 고도. 蠲: 밝다. 깨끗하다. // 淸平: 청평. 麓下: 산기슭. 僧門: 승문. 闢: 열리다. 今日: 금일. 오늘. 追懷: 추회, 과거를 다시 생각함. 詠曲: 읊는 곡. 翩: 나부끼다.

▲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제공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