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남 사장

“종업원이 주인인 회사이니 만큼 새해에는 종업원 복리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또, 직원 모두가 지역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회사로 만들고,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 보다 좋은 회사로 만들어 가족 친화적인 회사, 지역에 기여하는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직원 모두가 회사의 주주로 구성된 주식회사 다원 하이텍의 이수남 사장의 새해 포부는 남다르다. 광양에 입주해 있는 수많은 기업 중 다원하이텍은 지역 최초의 종업원 지주회사다. 회사의 주인이 종업원인 최초의 회사인 셈이다.

▲ 광양지역 최초의 종업원 지주회사인 다원하에텍 직원들이 지난 5월 동반성장혁신허브 활동 발대식에서 혁신활동의 성공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스코엠텍 아웃소싱으로 출범

다원하이텍의 전신은 지난 2006년, 포스코엠텍의 생산부문이 아웃소싱되면서 설립된 남영산업이다. 남영산업은 포스코엠텍에 포장자재를 공급하면서 기업활동을 개시했으며, 당시 남영산업의 직원들은 포스코엠텍 출신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남영산업은 대주주가 지배하는 개인회사였다. 남영산업은 이후 포스코의 코일제품 포장 위탁작업을 수임한데 이어 2009년부터는 포스코엠텍의 스틸가공설비를 인수해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1년 사명을 남영산업에서 비지스틸로 변경한 후에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했으며, 2013년 4월에는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유망중소기업 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포스코엠텍의 가공공장을 매입했다. 포스코엠텍이라는 든든한 납품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비지스틸은 대주주가 경영하던 다른 회사에 경영상의 어려움이 생기면서 회사존립에 위기를 겪게 된다. 경영위기 속에서 당시 비지스틸의 대주주는 회사 매각을 검토하게 되고, 당시 전무를 맡고 있었던 이수남 사장은 직원 대표로 구성된 노경협의회에 종업원들이 직접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하게 된다. 광양지역 최초의 종업원 지주회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경영위기의 회사 직원들이 인수

경영위기에 처한 회사를 종업원들이 인수하자는 제안을 노경협의회가 받아들이면서 종업원들이 회사를 인수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자본이었다. 또, 회사 경영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주거래처였던 포스코엠텍이 납품처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정작 종업원 지주회사를 만들어도 일감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엄습했다. 종업원들은 모두가 퇴직금 등을 활용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고참사원까지 모두가 회사 인수에 참여했다. 500만원부터 8천만원까지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5월 1일 비지스틸은 100% 종업원 지주회사로 출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수남 사장은 원래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제외하고는 단 한 주도 주식을 늘리지 않고, 모든 종업원들이 주주가 되도록 해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했다. 광양지역 최초의 종업원지주회사인 비지스틸은 전체 주주 겸 사원들의 총의를 물어 12월1일자로 사명을 주식회사 다원하이텍으로 변경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사장을 포함, 총 20명이 근무하고 있는 다원하이텍은 2019년 기준 2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총자산은 123억원, 부채 82억원, 자본 40억원 규모이다. 철강제품의 포장자재를 생산 판매하는 이 회사의 생산제품은 철재단면 측판과 내주링, 외주링 Skelp, 씰, 판지단측 보호판 등이다. 회사의 생산제품은 광양제철소의 포장전문회사인 포스코엠텍에 납품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현대제철에도 납품되고 있다.

주요 의사결정은 직원 총의로

직원들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다 보니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직원들 모두의 참여 속에 이뤄진다. 종업원 지주회사로 출범하면서 다원하이텍은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데 역량을 모았다.
이수남 사장은 “원래 4~50여명이 근무하던 회사였는데, 자동화와 업무간소화를 통해 인력을 줄여 현재는 20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회사 경영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퇴사자가 발생해도 신규 충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100% 광양과 순천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수남 사장은 여수 출신이다. 직원들 중 74%인 17명은 포스코엠텍 출신이며, 이수남 사장 역시 포스코엠텍 출신이다.
“회사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대주주가 회사매각을 추진했는데, 다른데 파는 것보다 종업원들이 인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노경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추진했는데, 대주주가 이를 수용해 주어서 최초의 종업원 지주회사가 출범할 수 있었습니다. 종업원 지주회사로 출범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중 주식거래가 처음이다 보니 증권계좌를 만드는 것도 모르는 직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 직원이 뜻을 모아 성공적으로 회사인수와 종업원 지주회사 출범을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종업원 지주회사 출범 첫 해인 지난 해 이수남 사장은 회사 차입금 상환에 주력하면서 종업원들의 복지를 끌어올리는데 역점을 두었다. 그렇지만, 새해부터는 주주배당도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종업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다 보니 원가절감이나 경영혁신에 직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원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근무가 끝나고도 할 일이 남아있으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남아 일을 마무리하고 있어요. 종업원 지주회사 출범 전에는 연장수당을 받기 위해 연장근무를 하거나, 휴일수당을 받기 위해 휴일근무를 했지만, 종업원 지주회사로 거듭난 후에는 일의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연장근무나 휴일근무 없이도 계획된 생산량을 맟추고 있습니다. 특히,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량률도 거의 제로에 가깝게 개선되었습니다. 통상적으로 5~6%정도의 불량이 발생했는데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이고 있습니다.”

매출 감소에도 이익율은 향상

2013년부터 설비자동화를 꾸준히 추진해 온 다원하이텍은 교대근무를 없애고, 상주근무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은 회사의 영업이익율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해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은 전년 대비 40%나 증가했다고 한다.
대주주가 지배하던 시절, 직원들에 대한 경영성과급은 거의 없었다. 또, 연평균 임금인상율은 2~3%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해 종업원 지주회사로 체제를 변경한 후 12%의 임금을 인상하고, 200%의 경영성과금을 지급했다. 또, 코로나로 힘든 직원 가족들을 위해 회사는 20만원 상당의 쇠고기 선물세트를 전직원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다 보니 생산물량에 따른 탄력근무제도 적용했다. 생산량이 많지 않을 때는 오전근무만 하고, 직원들을 퇴근시키기도 하고, 일감이 늘어나면 모두가 자발적으로 연장근무에 참여했다. 이러한 탄력근무제 도입은 코로나로 주문량이 절반 정도 줄었어도 인원조정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 사장은 경영적인 측면에서 신규 아이템을 결정할 때도 직원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는 절차를 거친다.
“종업원이 주인이 된 회사다 보니 종업원 복리증진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 노력하고 있고, 직원들도 사장의 전화나 이메일, SNS 등을 통해 항상 소통하고 있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공론화를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 전체 종업원이 회사의 주인이다 보니 다원하이텍은 불량율이 거의 없다. 생산공장 내부 모습.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

2021년 새해를 맞는 이수남 사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종업원이 모두 주주이자 회사의 주인이다보니 우리 회사에서는 노사분규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회사 경영의 수익을 구성원 모두에게 배분되는 새로운 기업의 선도기업이 되어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사장은 노경협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회사 경영수익의 배분원칙도 정해두고 있다. 이른바 4.3.3 원칙이다.
경영수익의 40%는 회사유보금으로 남겨 회사발전과 사회공헌기금 등으로 활용하고, 30%는 직원들의 임금인상 및 복리후생 비용으로 사용하며, 30%는 주주배당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종업원 모두가 회사의 주인인 다원하이텍은 정년퇴직 등으로 퇴사자가 발생하면 퇴사자 소유 지분은 회사가 전액 인수하거나 다른 직원들이 인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종업원들은 자신들의 투자금액을 원칙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기업가치를 증대하는 회사, 거래하고 싶은 회사, 근무하고 싶은 회사를 경영이념으로 내걸고 있는 다원하이텍의 이수남 사장과 주주인 직원들이 열어나갈 새해가 기대된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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