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여수세계박람회장과 박람회재단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항만재투자를 주도해야 할 공사가 박람회장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것. 사진은 여수세계박람회장 전경.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를 개최할 경우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행사 종료후 사후 시설활용방안이다. 이는 비단 스포츠 행사 뿐만 아니라 대규모 국제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메가 이벤트 개최는 도시나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주지만, 자칫하면 사용후 시설 활용이 개최국가나 개최도시에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12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친 여수시가 그렇다. 정부는 여수세계박람회장 조성에 4,846억원의 재정을 투자했다. 2012년에 성공적으로 개최된 여수세계박람회의 개최성과를 계승·기념하고 박람회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출발한 조직인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이사장 송대수)은 정부가 선투자한 4,846억원 중 1,188억원을 상환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미상환금액인 3,658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대규모 메가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국내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부상한 여수시에게 박람회장의 사후활용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수세계박람회장과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을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출범 당시 1조1,344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시작한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지난 10여년동안 부채를 3,533억원으로 줄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했다.(2020년 3/4분기 경영공시 기준) 그러나, 부채를 줄이는 대신 광양항에 대한 투자는 지지부진했다.
출범당시부터 지적되던 해묵은 숙제들이 그나마 4차 항만기본계획에 일부라도 반영된 것은 희망적이지만, 항만시설 투자와 물동량 유치에 전념해야 할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엑스포 부지와 부채 투성이 재단을 통째로 인수해 해양관광산업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해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해양수산부는 여수세계박람회재단과 박람회장을 공사가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수익성 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
광양만신문이 입수한 해양수산부의 용역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몇가지 전제를 달아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인수해 운영을 해도 수익성이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해수부가 회계법인 나우에 의뢰해 실시한 ‘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계획 변경을 위한 재무적타당성검토’ 보고서는 6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6개의 시나리오 중 수익성 지수가 1 이상으로 나오는 것은 총 3개 시나리오다. 여수세계박람회장 부지를 전액 인수하는 전제에서는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정부 소유 부지를 현물출자받는 방식으로 일부를 인수할 경우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 사례도 함정은 있다.
일부인수를 하더라도 수익성 창출의 전제는 추가임대나 토지매각, 신규투자 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투자의 경우 공사가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현재 시설관리자인 엑스포재단이 추가임대나 토지매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사가 인수해추가 임대료 수익이 발생하고, 토지매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제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
여수광양항만공사도 지난 해 ‘여수박람회장 부지 사후 활용 수익 모델 및 수익 산정 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이 용역보고서 역시 다양한 가정을 제시하면서 “해양항만관리·운영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항만공사가 주도하는 사후활 용 계획은 최적의 운영 주체와 해양관광 중심지의 조합으로 관광, 주민복지, 지 역경제 등 다방면 측면에서 다양한 시너지 창출 효과가 기대” 된다는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도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이후 전시실 공실률이 40%를 상회하며 대규모 국제행사 에 필요한 컨벤션센터 규모 미비로 지속적인 MICE 행사 개최 매력도가 감소”하고 있으며, “정부에서 차입한 금액의 상환계획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수박람회장의 항만공사 인수는 여수시장을 역임한 주철현 국회의원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주 의원은 현행법상 여수세계박람회장 부지가 항만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이를 인수할 법적 근거가 없자 법을 개정해서라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여수세계박람회장 인수 추진과 관련 지역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항만시설 투자에 집중해야 할 항만공사가 엑스포장을 인수해 관광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여력이 분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서동용 국회의원은 “자역간 대결은 지양해야 하지만, 광양시민 입장에서는 항만공사의 여수박람회장과 박람회장 인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며, “항만공사가 엑스포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엑스포장 매입을 막기 위한 지역사회의 동의와 참여가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수세계박람회장 부지는 제4차항만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해양문화관광지구로 지정되었으며, 여수광양항만공사는 해양관광의 활성화라는 취지에서 박람회장 인수를 긍정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정부 산하기관으로 정부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박람회장의 사후할용 차원에서 항만공사의 인수를 결정할 경우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광양시의 한 관계자는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는 2023년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국가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공사가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COP28 개최는 국가계획이므로 행사 개최후 검토해도 될 문제”라고 말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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