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公山城拱北樓(공산성공북루) 
                                         叙光 張喜久

        공산성 문채 빛나 금강을 옥빛으로
        높은 정자 붉은 난간 바람이 보배인데
        고읍의 봄을 읊으니 기쁨 절로 발하네.
        古邑公山物色文   錦江曲水玉光懃
        고읍공산물색문   금강곡수옥광근
        高亭赤檻凉風寶   遊覽春吟自發欣
        고정적함량풍보   유람춘음자발흔

‘만물 색깔 문채 나고 금강 물길 은근하네, 
높은 정자 보배 바람 봄의 기쁨 발하면서’

 

공산성공북루는 백제가 한성에서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이후 공주를 지키던 백제의 산성의 하나다. 북쪽으로 금강이 흐르는 해발 110m의 공산능선과 계곡을 따라 쌓은 천연의 요새로 성벽의 전체 길이는 2,660m에 이른다고 한다. 백제시대에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으나 조선시대 석성으로 쌓았다. 성 이름은 처음에 '웅진성'이었으나 고려초에는 공산성, 조선인조 이후엔 '쌍수산성'으로 불렀다 한다. 시인은 고읍인 공산성은 만물의 색깔이 문채나고, 금강의 굽은 물길은 옥빛으로 은근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높은 정자 긴 난간에 서늘한 바람이 보배라네(公山城拱北樓)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고읍인 공산성은 만물의 색깔이 문채로 빛나고 / 금강의 굽은 물길은 옥빛으로 은근하다네 // 높은 정자 붉은 난간에는 서늘한 바람이 보배이고 / 유람하면서 봄을 읊으니 기쁨이 스스로 발하네]라는 시상이다. 평설은 감상과 같지 않아 시인과 독자의 교량적 역할로 정리한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공산성공북루에 올라서서]로 의역된다. 공산성공북루는 백제 멸망 직후 의자왕이 일시적으로 머물렀고, 이런 시기에 백제부흥운동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조선후기에는 충청감영이 설치되기도 하였고, 이괄의 난(1624년) 때에는 인조가 이 성으로 피난하였다. 성 안에는 백제시대 추정되는 왕궁터를 비롯하여 금서루, 진남루, 공북루, 영동루, 쌍수정, 쌍수정사적비, 명국삼장비, 영은사, 연지 및 만하루, 임류각 등 백제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적들이 남아 있다.
 시인은 백제의 수도가 웅진성으로 이름하며 비록 고읍이기는 하지만 왕도를 잡았던 곳임을 생각하면서 시상을 떠올렸다. 고읍인 공산성은 만물의 색깔이 문채가 나고, 저 멀리 굽어 흐르는 금강의 물길은 옥빛으로 은근하다고 했다. 공주를 비롯한 이 일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백제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게 한다.
 화자는 백제의 수도를 사비인 부여로 옮기기전 백제의 수도였음을 생각하면서 역사의 흐름이라는 자취가 감동을 받는다는 뜻도 담아냈다. 높은 정자 붉은 난간에 서늘한 바람은 보배이고, 유람하며 봄을 읊으니 기쁨이 스스로 발한다고 했다. 기록으로는 남아있지 않지만 중원을 누볐던 백제의 우렁찬 역사였음을 생각해야겠다.

【한자와 어구】
古邑: 고읍. 公山: 공산성. 物色文" 만물의 색깔이 문채로 빛나다. 錦江: 금강. 曲水: 굽은 물길. 玉光懃: 구슬 빛으로 빛나다. // 高亭: 높은 정자. 赤檻: 붉은 난간. 凉風寶: 서늘한 바람이 보배다.  遊覽: 유람하다. 春吟: 봄의 경치를 읊다. 自發欣: 스스로 기쁨을 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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