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龜旨峯(구지봉) 
                                        叙光 張喜久

        전설로 전한 가야 진실을 말한 역사
        분산성 수려하고 구지봉 옥돌 같아
        동해의 먼 하늘 보며 구름 안개 두르고,
        傳說伽倻歷史眞   盆城秀麗旨峯珉
        전설가야역사진   분성수려지봉민
        苔巖石壁雲霞繞   東海遙天衆響臻
        태암석벽운하요   동해요천중향진

‘가야 전설 진실이고 분성산의 구지봉엔 
바위 절벽 구름 안개 동해 하늘 울려 퍼져’

 

구지봉은 봉우리의 모양이 거북이가 엎드린 형상과 같다고 한다. 『삼국유사』의 가야 건국설화에 따르면, 가야 땅을 다스리던 아홉 추장이 구지봉에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 문득 하늘에서 알 여섯 개가 담긴 금합이 붉은 실에 매달려 내려왔다. 이튿날에 그 알 여섯 개가 차례로 깨어지며 아이가 하나씩 나왔다. 부쩍부쩍 자라난 아이 중 맨 먼저 나온 이가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되었다 한다. 시인은 전설로 전한 가야에 대한 역사는 진실이고, 분성산은 수려하고 구지봉은 옥돌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이끼 낀 바위와 절벽은 구름 안개 둘렀구나(龜旨峯)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전설로 전한 가야에 대한 역사는 진실이라 하고 / 분성산은 수려하고 구지봉은 옥돌이라네 // 이끼 낀 바위와 절벽은 구름 안개가 둘렀고 / 동해의 먼 하늘에는 많은 소리가 울려퍼지네.]라는 시상이다. 시상에 몰입하는 것이 평설이다. 시인의 상상력을 정리해 본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구지봉에 올라서서]로 의역된다. 구지봉(龜旨峯)은 김해시의 중심부로부터 북쪽으로 약 2㎞ 정도 떨어져 있는데, 봉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낮은 동산에 해당되고 있다. 그러나 가야의 건국설화로 인하여 구지봉은 역사적인 봉우리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구지가(龜旨歌)」의 산실인 만큼 국문학에 조금이라도 관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널리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구지봉의 전설과 현재의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는 시인은 구지봉에 대한 애착과 함께 가야의 건국신화에 대한 산 역사의 산실임을 생각한다. 그래서 시인은 신화로 전한 가야에 대한 역사는 진실이고, 분성산은 수려하고 구지봉은 옥돌이라는 선경의 시상을 정숙해 보인다. 분성산(盆城山)은 382m로 구지봉을 품에 안고 있는 김해시민의 보건 휴양지다. 그러만큼 전설적인 설화도 함께 간직한다.
 이와 같이 생각한 화자는 이제 구지봉에서 보았던 사실의 느낌을 시지 위에 펼쳐놓은 차례에 직면하게 됨을 알고 시정적 지향의 세계를 펼친다. 화자는 이끼 낀 바위와 절벽에는  구름 안개가 둘러있고 동해의 먼 하늘에는 많은 소리가 울려퍼진다고 했다. 동해의 먼 하늘에 울려 퍼진 소리는 분명 역사의 분수령에서 가야의 역사는 죽지 않았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한자와 어구】
神話: 전설로만 전하는 신화, 伽倻: 가야국. 歷史眞: 역사의 진실. 盆城: 분성산. 구지봉을 감싸고 있는 산. 秀麗: 수려하다. 旨峯珉: 구지봉의 옥돌이다. // 苔巖: 이끼가 낀 바위 石壁: 석벽. 여기선 절벽임. 雲霞繞: 구름 안개가 둘렀다. 東海: 동해. 遼天: 먼 하늘. 衆響臻: 많은 소리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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