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太白山天祭壇(태백산천제단) 
                                          叙光 張喜久

        손 벌린 준령 설경 얼음길 하늘 계단
        높은 산 고개길에 머물렀다 높이 솟고
        반만년 역사의 흔적 태백산은 알겠거늘.
        太白峻峰雪景佳   頂登氷路似天階
        태백준봉설경가   정등빙로사천계
        高山嶺上停留屹   半萬年前古史懷
        고산령상정류흘   반만년전고사회

‘태백산의 준령 설경 하늘 계단 정상 올라, 
높은 산세 준령 찾아 오랜 역사 회고하며’

 

태백산은 일찍이 신라 ‘삼산오악’ 중 북악北岳으로 이를 진산으로 여겨 나라에서 제사한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하며, [고려사]에도 무녀巫女가 참여하여 제의를 행한 기록들도 전한다. 이처럼 태백산은 신라 초기부터 신산(神山)으로 여겨 제의를 행하여왔다고 전한다. 천제단은 돌을 쌓아 만든 제단으로 높이 2.4m, 둘레 27.5m, 좌우너비 7.36m, 전후너비 8.26m나 되는 타원형의 거대한 석단이다. 시인은 백두산 준령은 자리에 머물러 높이 솟았고, 반만년 전 오랜 역사를 이제 회고해 본다고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태백산이 손을 별린 준령은 설경이 아름답네(太白山天祭壇)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태백산이 손을 벌린 준령은 그 설경이 아름답고 / 정상에 오른 얼음길은 하늘 계단과 같네 // 높은 산 고개 위 자리에 머물러 높이 솟았고 / 반만년 전 오랜 역사를 이제야 회고해 보네]라는 시상이다. 상상력은 시상의 밑바탕이 된다. 정리해 본 시주머니를 펼친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태백산 천제단에 올라서서]로 의역된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춘추제사 때 소를 매어 신에게 바쳤는데, 산에 소를 매어놓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내려와야 했다는 엄격한 금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천제단 중앙에는 칠성기와 현무기를 세우고 33천기와 28수기를 꽂았고 제관들은 흰 도포를 입었단다. 제관이 되면 1년 동안 목욕재계하고 제사 때는 산에서 자고 자정에 제사를 올렸다.
 시인은 이와 같은 엄격한 제도와 규정에 의해 하늘에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천 행가에 귀감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태백산이 마치 손을 벌리고 있는 준령은 그 설경이 아름답기만 하고 정상에 오른 얼음길은 하늘 계단과 같다는 당시와 지금을 연결시키고 있다. 강화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에서도 그와 같은 느낌을 받기가 일 수다. 제천의식의 경건함을 보게 된다.
 태백산은 백두의 준령에 연원(淵源)하면서도 사람의 인체로 말하면 머리를 중심삼아 손과 발의 역할까지도 한반도는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이제 후정의 마음을 몽땅 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높은 산 준령은 그 자리에 머물러 높이 솟았고, 이로 인해 반만년 전의 오랜 역사를 이제 회고해 본다고 했다. 우리 역사의 한 축을 그려내는 시상의 존엄함이겠다.

【한자와 어구】
太白峻峰: 태백산의 준령. 雪景佳: 설경이 아름답다. 登頂: 태백산 정상을 오르다. 氷路: 얼음길. 似天階: 마치 하늘 계단과 같다. // 高山嶺上: 높은 산과 고개 위. 停留屹: 머물러 높이 솟다<屹:산 높이 솟을 흘>. 半萬年前: 반만년 전. 古史懷: 오랜 역사를 회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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