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智異山老姑壇(지리산노고단) 
                                         叙光 張喜久

        두류산 정상에는 구슬 같은 마고 할매
        천왕봉 합장하는 정성이 흘러 넘쳐
        신령한 기이한 경치 석탑 제단 나란하고.
        石塔齋壇有酒魚   豆星山頂老姑琚
        석탑재단유주어   두성산정노고거.
        天王合掌精誠爁   奇覽神奇第一墟
        천왕합장정성람   기람신기제일허

‘두류산의 정상에는 마고 할매 구슬 같고, 
천왕 합장 정성 넘춰 신령스런 제일 터네’

 

노고단(老姑壇)은 전남 구례군 산동면과 토지면의 경계한 지리산 한 봉우리이다. 노고단(1,507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4m)과 함께 지리산 3대봉의 하나인 백두대간이다. 노고단은 박혁거세 어머니의 선도성모를 국모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올린 곳이라 한다. 정상부에 둥근 형태의 돌탑이 있어 멀리서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고 한다. 노고단은 임상 중에서도 정상부에서의 조망이 뛰어나다. 시인은 석탑 재단 주변에 생선포가 놓여져 있고, 두류산 정상에는 마고 할머니의 구슬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천왕이 두 손을 합장하면서 정성이 넘쳐나네(智異山老姑壇)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석탑 제단 주변엔 생선포 놓여 있고 / 두류산 정상엔 마고 할매 구슬과 같네 // 천왕이 두 손을 합장하면서 그 정성이 흘러 넘쳐날 것 같으니 / 기이한 경치와 신령스러움만은 제일의 터라네]라는 시상이다. 평설은 감상을 조정한다. 화자의 행동반경을 적절하게 안배한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지리산 노고단에 올라서]로 의역된다. 노고단은 신라시대에 화랑국선(花郞國仙)의 연무도장이 되었던 것을 비롯해서, 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던 영봉(靈峰)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의 남서부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노고단이란 뜻은 도교에서 온 말로, 우리말로는 '할미단'이며, ‘할미'는 국모신(國母神)인 서술성모를 일컫는 말이라고도 한다. 마니산 참성단, 태백산 천제단과 같이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제천의식을 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은 두류산이라고 불렀다. 삼신산이라고 불리는 산으로 높이가 장대하여 많은 시람들이 지리산으로 정복하려고 했다. 특히 1915m에 달하는 천왕봉의 정복을 위한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시인은 노고단의 석탑 재단 주변에 생선포가 놓여져 있고, 두류산 정상에는 마고 할머니의 구슬이 있다는 선경의 시상은 마무리 보아도 감격에 벅찼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화자는 노고단 등반에만 만족하지 않고 이왕에 내친 김에 천왕봉을 정복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화자는 천왕이 두 손을 합장함은 정성이 넘쳐났다고 하면서 기이한 경치와 신령스러운 제일의 터라는 증험을 해 보인다. 정복의 묘미, 달성의 묘미에 탄성을 자아냈을 것이다. 지리산의 신묘함이 시를 읊수록 짙어만 보인다.

【한자와 어구】
石塔: 석탑. 齋壇: 제사를 지내는 단. 有鮑魚: 고기 포가 있다. 頭流山頂: 두류산 정상. 지리산의 다른 이름. 老姑琚: 노고 할미의 구슬이다. // 天王合掌: 천왕이 합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精誠爁: 정성이 흘러넘치다. 奇覽: 기이한 경치. 神靈: 산령스럽다. 第一墟: 제일의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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