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외마을은 정채봉작가의 아름다운 추억을 전하는 정채봉골목길로 다시 태어났다.사진은 광양역사문화관과 광양문화테마길의 모습.

동외(東外)마을은 고려중기 이후부터 광양고을 행정의 중심지였다. 1600년대에 설립된 객사(客舍), 봉양각(鳳陽閣)으로 불리었던 현감의 행정집무소, 육방이 집무하던 작청(作廳), 지금의 교육청 역할을 하던 훈도청(訓道廳), 그리고 옛 광양읍사무소(현 광양역사문화관)가 이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행정기관들이 이 마을에서 소실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 예전의 마을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새롭게 변화된 마을의 모습이 존재한다. 
2019년 광양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광양문화테마길 조성사업을 실시하면서 이 마을은 정채봉과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롭게 변화된 동외마을을 둘러본다.

■동문밖에 있는 마을
동외마을의 고려시대 초기에 이미 이 지역에 마을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외(東外)마을 이름유래는 처음 마을 이름 중의 하나인 동문외촌(東門外村)에서 유래된 것으로 동문밖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지금 동외지역도 옛 동문밖 지역과 성내(成內) 지역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다.
읍내리라 부르는 것은 옛 읍성(邑城)이 읍내리 지역에 위치한 연유로 불리어진 지명이며, 현 읍내리 지역이 확정된 시기는 1914년 행정구역 폐합 당시에 성내리, 동외리, 목과리, 신흥리 일부지역과 인덕면의 인서리 일부지역을 병합하여 읍내리(邑內里)라 했다.
광양읍성을 처음 쌓은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1415년(조선 태종 15년) 전라도 관찰사 박습(朴習)의 계문(啓文)으로 보아 1413년(조선 태종 13년)에 광양현을 설치한 이전부터 성이 쌓아졌음을 알 수 있다. 
당시는 목책성(木柵城)이었으며, 그 이후 1430년경에 세종의 명으로 성을 다시 쌓도록 하였으나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다. 
그 후 1451년 8월(문종원년)에 하삼도체찰사(下三道體察使) 정분(鄭芬)의 순찰보고 내용으로 보아 이 당시에 읍성이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당시 광양읍성 규모는 둘레 1,812척 높이 7척 6촌, 성문이 3곳이 있었다. 동문은 현재의 농협중앙회 부근 네거리를 10m쯤 지나 북쪽으로 들어간 골목에 위치해 있었으며, 서문은 (구)광양경찰서장 관사 앞 골목부근, 남문은 옛 합동정류소 인근이었다. 광양군지 기록에 의하면 1925년을 전후하여 광양읍성은 대부분 훼손되었으며 현재는 성벽과 성문 모두 유실되고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김기 궁시장과 정채봉 작가
마을출신 인물로는 김기 광양궁시장과 정채봉 작가가 대표적이다. 
광양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바다에서 전투를 벌였던 광양만을 품고 있어 예로부터 국궁이 성행했다. 이에 정교하고 섬세하여 성능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 광양의 궁시는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69년간 전통화살만을 만들며 외길인생을 걸어온 김기 궁시장이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통을 이은 것이다.
이 마을에서 살았던 정채봉은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대한민국 문학상, 새싹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다. 
‘물에서 나온 새’와 ‘오세암’, ‘초승달과 밤배’, ‘생각하는 동화’, ‘그대 뒷모습’ 등의 작품이 유명하다. 
그는 1946년 순천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을 광양 동외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광양동초등학교, 광양중학교, 광양농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현재 동외마을회관 외벽에는 ‘정채봉과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정채봉의 ‘그대 뒷모습’에 나오는 소제목이 ‘아름다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며, 정채봉 작가의 학창시절에 도움을 준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또 벽화의 윗부분에는 정채봉의 장편소설 ‘초승달과 밤배’에서 따온 초승달과 별, 배가 붙여져 있으며, 어린시절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읽고 동화작가가 되기를 결심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어린왕자 그림도 함께하고 있다. 
이처럼 동외마을은 정채봉 작가의 아름다운 추억을 전하는 정채봉골목으로 다시 태어나 또 다른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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