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流觴臺(류상대) 
                                          叙光 張喜久

        물굽이 치는 승지 이끼 낀 류상대엔
        외로운 구름 한 점 새와 함께 날아가고
        일모의 한가한 마을 뜰에 비쳐 떨어지네.
        曲水名區望座亭   流觴雅士石苔靑
        곡수명구망좌정   류상아사석태청
        孤雲嶺上飛如鳥   日暮閑村落照庭
        고운령상비여조   일모한촌낙조정

‘물굽이 친 승지정자 류상대 반석 푸르네, 
외로운 구름 새 같고 한가한 마을 비친 해’

 

유상대는 전북 정읍 칠보에 있는 정자로 선비들이 시를 짓고 술 마시던 놀이터였다. 신라의 포석정과 같이 유상곡수流觴曲水를 만들어 놓고 유상대라 했었단다. 고운 최치원이 처음 명명한 작품이다. 유상곡수란 중국 동진 때 왕희지가 회계에 있었던 난정(蘭亭)의 유상곡수의 연회에 참석했던 고사를 인용했다고 한다. 유상대는 술잔을 띄어 흘러 보내게 만들어진 굽어진 물줄기란 뜻을 담고 있다. 시인은 물굽이 빼어난 곳 높은 정자에 않아서, 선비들 술잔이 흐르니 돌멩이 이끼가 푸르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산 고개 위 외로운 구름 은 새와 같이 날고(流觴臺)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물굽이 친 승지의 정자에 앉아서 바라보았더니 / 류상대에 앉았던 선비들 이끼 반석 푸르구나 // 고개 위에 외로운 구름은 새와 같이 날아가고 / 일모의 한가한 마을에 뜰에 비친 해가 떨어지네]라는 시상이다. ‘시인이여, 상상력을 발휘하라!’ 상상했던 시주머니를 펼쳐보니…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유상대 유적을 찾아서]로 의역된다. 유상대 전북 정읍시 칠보면의 시산리와 무산리에는 배산임수가 잘 되는 좋은 곳에 자라잡고 있다. 조선 시대 군수와 현감을 비롯해서 여러 문사들이 모여 이곳에서 작시와 음주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가사문학의 효시 작품으로 알려진 상춘곡(賞春曲)의 작자 불후헌 정극인도 태인에서 이곳까지 답청踏靑하면서 유상대의 즐거움을 만끽했을 지도 모른다.
 시인은 이와 같은 유서가 긷든 유상대에 대한 회고를 담으면서 선현들 그 때 그 일들을 떠올리고 있다. 유상 지역의 굽은 물은 난정을 흉내 내는데, 숭산의 높은 고개는 정읍을 푸르게 하고 있다고 했다. 풍류를 즐기거나 진정한 풍류를 아는 선비들의 알찬 문학의 소산물들이 싱그러웠을 것은 분명했을 것이다. 특히 상촌곡의 작가 불후헌 정극인이 이 곳까지 와서 풍류를 즐겼을 것을 생각해 본다.
 선경의 시정이 다소 약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화자가 휘돌려 가며 음영하는 시상 한 줌은 그대로 후정을 담아내는 주춧돌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화자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선비들은 음풍농월한 곳인데도 고운 선생께서는 스스로 곧게 하셨다 하니 부디 태평강령하시라는 간곡한 소망 한 줌을 잘 다독이는 은은한 모습을 보인다.

【한자와 어구】
曲水: 굽은 물. 名區: 이름난 지역이다. 望座亭: 앉아서 바라보는 정자. 流觴: 류상대. 雅士: 아사. 곧 시인들. 石苔靑: 돌 이끼가 푸르다. // 孤雲: 고운 최치원 선생. 嶺上: 고개 위. 飛如鳥: 새와 같이 날다. 日暮: 날이 저물다. 閑村: 한가한 마을. 落照庭: 낙조가 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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