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3월 촉발된 제철소 고로블리더를 통한 오염물질 불법 배출 논란은 그동안 관리사각지대에 있던 배출시설에 대한 통제근거를 마련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사진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용광로 불 꺼야 할 위기상황서 민관협의체 출범해 해법 모색…민관협의체, 2019년 9월 해결책 제시

 

지난 2019년 3월, 제철공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고발로 촉발된 제철소의 여러 공정 중 고로블리더를 통한 불법 오염물질 배출 논란은 제철소의 환경문제에 대한 유례없는 논란을 불러왔다. 광양에서 시작된 이 논란은 광양을 넘어 제철소가 소재한 포항과 당진으로까지 번지며 확산했다.
고로블리더를 통한 오염물질 배출문제가 정면으로 제기되면서 제철소를 운영하는 기업이나 감독관청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지팡했다. 결국 제철소의 고로를 세울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관련 기업들과 정부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그리고, 환경부는 그해 9월 고로브리더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제철공정에서 블리더를 통한 오염물질 배출은 제철소가 가동을 시작한 이후 수십년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누구도 이를 문제삼아오지 않았던 관행이 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공해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제철공정의 환경위해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며, 제철공정의 불투명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광양만신문은 제철공정에서 고로 블리더를 통한 오염물질 배출 문제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된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관련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으며, 2년여가 지난 현재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추적해 보고자 한다.

고로 브리더 논란의 본질

제철소의 여러 공정중 고로(용광로)는 철광석에서 쇳물을 만드는 첫공정이다. 제철소의 정상공정에서 발생하는 고로가스는 청정설비를 거쳐 황화합물이나 질소화합물 등 유해물질과 분진 등이 대부분 제거된 상태에서 배출된다. 그러나, 고로의 정기 수리나 설비 사고로 인하여 보수를 해야 할 경우 고로의 가동을 멈추는 일이 있는데 이를 ‘휴풍’이라 한다. 
휴풍 작업이 끝나면 다시 쇳물을 생산하기 위해 고로에 바람을 넣는 ‘재송풍’ 작업을 한다. 
그동안 제철소에서는 이러한 휴풍이나 재송풍 작업 과정에서 폭발 등의 위험을 이유로 배출되는 고로내 분진이나 폐가스들을 청정설비를 거치지 않고 블리더로 불리는 안전밸브를 통해 배출해왔다.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와 고로 내 분진이 대량으로 방출되어 왔다는 것이 블리더 논란의 시작이었다.
이 작업은 주로 일출 전 새벽과 일몰 후 심야 시간에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철소를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는 고로 블리더를 비상시(화재, 폭발 등의 위험 예방)에만 사용하도록 방지시설 설치 면제를 받았고, 안전을 핑계로 관행적으로 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해 온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조업중지 예고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제철소가 소재한 광양과 포항, 당진지역의 환경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로 블리더를 통한 무단배출이 대기환경보전법 29조(공동 방지시설의 설치 등), 31조(배출시설과 방지시설의 운영), 34조(조업정지 명령 등), 38조, 38조의 2(비산배출시설의 설치신고 등) 등을 심각하게 위반해 왔다며, 위반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이러한 문제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충청남도였다. 현대제철을 관할하는 충청남도는 현대제철에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예고했고, 전남도도 고로(용광로) 정비와 재가동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했다. 
제철소의 용광로를 세워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철강협회는 이해 6월, 설명자료를 통해 “고로를 정비할 때 일시적으로 안전밸브를 개방하는 것은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 절차”라며, “고로는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15~20년 동안 계속 쇳물을 생산하게 되는데, 1,500℃의 쇳물을 다루는 고로 특성상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연간 6~8회 정기적인 정비를 하게 된다. 정비시 송풍을 멈추게 되는데(휴풍), 이 과정에서 고로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아지면 외부 공기가 고로 내부로 유입되어 내부 가스와 만나 폭발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로 내부에 스팀(수증기)을 주입해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이 때 주입된 스팀과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고로 상단에 있는 안전밸브(블리더)를 개방하게 된다. 고로의 안전밸브 개방은 고로의 폭발방지 및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라고 밝혔다.

철강협회, “대체기술 없다” 주장

철강협회는 “안전밸브 개방시 배출되는 것은 수증기가 대부분이고, 고로 내 잔류가스 배출에 의한 환경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철강협회는 “고로 안전밸브 개방은 전 세계 제철소가 지난 100년 이상 동안 적용해 오고 있는 안전 프로세스”라며, “조업정지 10일은 고로 조업 특성상 실제는 6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될 수 있는 조치”라고 호소했다.
철강협회는 “조업정지 이후 고로를 재가동한다고 해도 현재의 기술로는 안전밸브를 사용하지 않고 고로를 가동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조업정지 처분은 국내에서 일관제철소 운영 중단이라는 의미와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세계적으로 고로의 안전밸브를 대체할 기술을 확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국내외 철강사, 해외 고로 전문 엔지니어링사, 환경 전문가 및 단체, 지역기관, 정부 등과 협업하여 안전밸브 운영과 관련해 다른 기술적 방안이 있는지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고로 블리더에 대한 한국철강협회의 입장문이 나온 후 이해 6월 12일 환경부는 지자체어 고로 블리더관련 행정처분 연기를 요청했다.
환경부는 이와함께 고로(용광로) 안전밸브 운영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발족시켰다.
정부 부처, 지자체, 산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민관협의체는 ▲고로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및 배출량  파악 ▲해외 제철소 운영 현황 조사 ▲오염물질 저감 방안 및 제도 개선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고로’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고, 저감방안 등을 조사하여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 및 업계의 반복적 법 위반사항 없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민관협의체는 이해 8월말까지의 활동을 마치고, 9월 해법을 제시한다.

민관협의체가 제시한 해법

환경부는 이해 9월 3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제철소 용광로의 조업 중단 가능성을 계기로 논란이 된 용광로 블리더밸브 개방 문제가 정부, 업계,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한 협의체에서 여섯 차례 논의 끝에 해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에서 “업계는 브리더밸브에서 배출되는 주요 오염물질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기 보수 작업절차 및 공정개선을 시행”하고, “환경부는 블리더밸브 개방 시 불투명도 기준을 설정하고 배출되는 먼지량을 사업장의 연간 먼지 배출 총량에 포함하여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리더를 통한 오염물질의 관리기준이 마련된 셈이다.
다음으로,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가루(미분탄) 투입을 조기에 중단(예: 최소 3시간 이전)하고, 용광로 내 압력 조정을 위한 풍압을 낮게 조정하는 등 작업절차 개선을 통해 먼지 배출도 최소화 하도록 했다.
아울러, 4개의 브리더밸브 중 방지시설과 연결된 세미 브리더밸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환경부 주관으로 기술검토(2019∼2020년)를 거쳐 현장적용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공정개선을 통한 오염물질 배출저감 이외에도 용광로 이외의 다른 배출원에 대한 환경시설 개선 투자도 확대해 제강시설에 대한 집진기 추가 설치, 열처리로 등에 대한 질소산화물 저감설비 설치, 코크스 원료 야적시설에 대한 밀폐화 조치 등을 통해 날림(비산) 먼지도 저감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블리더밸브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 관리를 위하여 불투명도 기준을 설정해서 관리할 예정”이라며, “해가 뜬(일출) 후 블리더밸브 개방, 폐쇄회로텔리비젼(CCTV) 기록매체에 관련 사항 저장 등의 내용도 시설 관리 기준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 4월 3일부터 시행되는 대기관리권역 및 사업장 총량제 확대와 연계하여 블리더밸브 개방 시 오염물질 배출량을 업체에서 배출하는 연간 오염물질 총량에 포함시켜 관리하기로 했다.
2019년 3월부터 시작된 제철소 고로블리더를 통한 오염물질 배출 논란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오염물질 배출문제를 관리의 영역으로 끌여들였다고 할 수 있다.
황망기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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