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로 블리더를 통한 배출 논란은 제철소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용광로가 법에 의해 조업정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은 광양제철소의 고로 출선모습.

블리더 논란, 법적 규제장치 마련하고 개선책 도출… “철강산업=공해산업 등식 깨질 것”

2019년 3월 촉발된 용광로의 고로 블리더 논란은 제철소의 환경문제를 보다 투명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관련 법에 따라 국가경제에 있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용광로의 불을 끌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던 것이다. 
비록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철강산업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일반의 경각심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비교적 신예설비를 보유하고 있던 현대제철이 고로블리더를 통한 불법배출 논란을 최종 종식시키는데 성공했으며, 포스코 역시 당초 계획했던 2024년 말보다 1년6개월여 정도 앞당긴 내년 상반기까지 용광로의 블리더를 통한 배출을 청정설비를 거친 후 베출하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환경자원그룹의 김주호 팀장은 “환경문제는 노출이 됐을 때 보다 빨리 개선이 된다고 본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고로 블리더를 둘러싼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억제하려는 추세 속에 ‘기후악당’으로 낙인 찍힌 부분이 더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산업계 전반에서 빠르게 기술발전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철강산업도 마찬가지”라며, “ 철강산업=공해산업이라는 공식도 깨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철강산업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포스코 역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수소환원 제철기술의 개발을 공언한 바 있다.
현재의 철강을 생산하는 기술은 지구환경적 측면에서는 없어져야 할 산업이지만, 철강생산을 멈춘다는 것은 문명을 멈추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떤 방식이든지 철강을 생산하면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철강산업이 직면한 최대의 숙제라고 할 것이다.
 
당진시, 민간환경감시센터 설치
고로블리더 논란을 거치면서 당진시는 지난 해 4월 ‘현대제철 및 산업단지주변 민간환경감시센터’(센터장 유종준)를 설치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종준씨는 당진환경운동연합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해 온 환경활동가였다. 민간환경감시센터는 당진시가 운영비를 100% 지원하고 있다.
유종준 센터장은 “당진환경운동연합의 활동은 제철소 보다는 석탄화력발전소의 환경감시에 집중돼 왔었다”며, “현대제철을 담당하는 민간환경감시센터의 설치로 현대제철의 환경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고, 제철소 환경관리의 빈틈과 허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유 센터장은 “민간환경감시센터는 제철소 환경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정책대안 제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제철소를 비롯한 산업단지의 환경과 관련된 주민 민원의 1차적 접수창구가 되고, 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을 확인해 그 결과를 민원인들에게 회신해 주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환경문제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환경감시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유 센터장의 설명이다.
현대제철과 당진시는 고로블리더 논란이 해법을 찾아가던 2019년 11월에는 ‘현대제철 환경개선협의회’를 구성해 현대제철과 관련된 환경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고로블리더 논란을 계기로 환경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나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원료야드를 밀폐화 시켰지만, 비산배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비산배출의 문제는 굴뚝배출과 달리 청정설비를 거치지 않고 배출되는 문제가 있다. 현대제철민간환경감시센터는 비산배출에 대한 불투명도 조사를 매월 1회씩 실시하고 있다.
제철소의 환경문제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면서 기업의 환경개선 노력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유정준 센터장은 “아직 많은 면에서 부족하지만 현대제철의 환경개선에 대한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고로블리더 법제화가 성과
고로블리더 논란 이후 대기환경에 대한 관련법의 규제는 대폭 강화됐다. 대기환경법의 강화는 고로블리더 논란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환경을 중시하는 전지구적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이 논란은 관리사각지대에 있었던 블리더를 통한 배출을 법적 규제의 틀로 끌어들이는 성과로 연결됐다. 제철소의 고로블리더를 통한 배출이 문제가 되자 환경운동연합과 포항환경운동연합, 포항지역 사회연대포럼, 경북사회연대노동포럼은 2019년 4월 포항제철소를 고발하고 나섰다. 이후 포항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포스코에 대해 ‘자가 측정한 대기배출물질의 진실을 공개하라’고 압박했고, 5월에는 ‘포스코 고로 무단배출 건 늑장대응하는 경상북도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행정기관을 압박하고 나섰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의 정침귀 사무국장은 “고로 블리더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지만, 민간차원에서는 고로의 상황을 몰라 공부하기에 급급했다”며, “포스코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포스코는 정보는 안 내놓고 홍보만 했다”고 성토했다.
정 국장은 “포스코를 비판하거나 고발하고 나선 것은 석면 사문석 이후 처음이었다”며, “고로블리더 문제가 불거지고, 충남도와 전남도가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단행하거나 사전예고하고 나서자 지역내에서는 ‘조업정지만은 안된다’는 여론몰이가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고로 블리더의 해법을 찾기 위해 포스코는 TF팀을 꾸렸지만, 포항환경운동연합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환경부의 민간협의체에는 참여하게 된다.
고로블리더의 해법으로 세미클린블리더의 활용이 제시된 것과 관련해서도 정 국장은 쓴소리를 했다.
“세미 블리더는 기존에 있던 설비지만 전혀 활용을 안했습니다. 미국 등에서는 세미블리더를 활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미분탄 투입 중단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제철소 입장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인데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환경부의 해법이 제시되고, 철강회사들이 나름의 시간표대로 시설을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정 국장은 “휴풍 일정을 알려주는 것 말고는 우리가 체감하는 변화는 아직 없다”며,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대기환경법이 과징금의 상한선을 2억원에서 매출액의 3%까지 하도록 개정된 것이나 불투명도를 20%로 법제화 한 것은 크나 큰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법제화가 되는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며, “휴풍에 대한 관리감독을 받게 된 것, 불투명도를 20% 이하로 규정한 것, 일출 후 휴풍을 하도록 한 것은 성과지만, 재송풍 절차도 매뉴얼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로 블리더가 법제화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것이 정침귀 국장의 진단이다.
 
대규모 환경분야 투자 이끌어내
고로 블리더 논란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철강산업의 환경이슈가 공론화되면서 업계의 환경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이끌어냈고, 이러한 투자들이 느리긴 해도 착착 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철강산업의 환경투명성을 조금이나마 높인 것도 블리더 논란이 가져온 사회적 성과라면 성과라 할 것이다. 환경정보는 공개되는 정도에 따라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기업의 노력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불리한 정보를 내놓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현상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를 구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결국 지역과 기업의 신뢰를 쌓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광양제철소의 경우 블리더 논란에서 촉발된 환경이슈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사회 일반의 경각심과 연계되면서 비산먼지를 줄이려는 대대적인 투자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탈황, 탈질설비도 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을 하고, 용광로를 가동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기업 입장에서나 지역에서나 환경문제가 날로 개선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환경문제의 해결은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환경을 도외시한 산업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황망기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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