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紅島․黑山島(홍도․흑산도) 
 叙光 張喜久

        홍도와 흑산도는 남해의 경치 일품
        하늘이 하사했나 옥돌 한 줌 바위인 걸
        요란한 파도소리에 절벽 장단 시를 읊고.
        黑山紅島景元咸  下賜天神玉石岩
        흑산홍도경원함  하사천신옥석암
        華麗松田修道屋  派聲絶壁詠詩椷
        화려송전수도옥  파성절벽영시감

‘홍도 흑산 경치으뜸 하사 받은 옥돌 제일, 
솔밭 속 집 도를 닦고 파도소리 시를 읊네’

 

홍도와 흑산도는 남남서-북북동 방향으로 긴 모양을 이룬다. 남단에서 북쪽으로 3분의 1 지점이 잘록하게 좁은 폭으로 되어 있다. 홍도는 다도해 다른 도서들보다 최소한 3억 년 이상 빠른 고생대 초에 형성되었다. 섬을 이루는 기반암은 대부분 규암(硅岩)과 사암(沙岩)으로 구성되어 있고, 약간의 역암(礫岩)과 셰일이다. 홍도는 풍란 자생지로 유명하며, 동백숲과 후박나무·식나무 등 희귀식물이다. 시인은 홍도 흑산도의 경치는 다 좋은 것 이루니, 천재 신께서 손수 빚은 옥돌의 층계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옥벽에 물결친 소리가 소곡임엔 틀림없겠네(紅島․黑山島)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홍도와 흑산도의 경치는 모두가 다 으뜸이고 / 하늘에서 하사를 받았던 옥돌은 한 줌 바위라네 // 화려했던 솔밭 속의 집에서 도를 닦았고 / 파도소리가 벽에 부딛쳐 시를 읊으며 담아보네]라는 시상이다. 시인과 따스한 대화 한마디는 평설의 요체임을 알면서 간추린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홍도 / 흑산도를 바라보면서]로 의역된다. 흑산도 인근 도서로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된 홍도, 영산팔경과 석주대 문바위의 절경을 품은 영산도, 촛대바위와 현대화시범어촌마을의 다물도, 연중 바다낚시의 명소로 이름난 상·중·하태도, 그리고 바다낚시와 중국 땅의 닭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서해의 최서남단 섬인 ‘가거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것이 남해 비경을 이룬 홍도 흑산도의 한 모습이다. 한번쯤은 비경을 구경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시인은 남해안 비경을 선경의 시상 속에 몽땅 담아보려는 의지를 보인다. 홍도와 흑산도의 경치는 모두가 다 으뜸이고, 하늘에서 하사를 하셨던 옥돌은 바위라고 탄식이다. 홍도 깃대봉도 구경의 극치를 이루고(352m), 흑산도의 칠락산의 정취는 남해를 다 들어 마실만한(272m) 기상을 이루는 듯했다. 그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뭍의 손님을 반길만했을 것이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가 담을 수 있는 후정의 맛이 달콤했을 것이다. 화려했던 솔밭 속의 집에서는 도를 닦았고, 파도소리가 절경에 이르러 시를 읊으며 술잔을 든다고 했다. 화자의 입을 빌어 내뱉을 수 있는 말을 모두 쏟아내는 모양새를 갖추어 냈다. 모든 시적인 감회들을 시지가 부족하여 다 표현하지 못하겠다는 시적인 착상이다.

【한자와 어구】
黑山: 흑산도. 紅島: 홍도. 景元咸: 경치가 원래 으뜸이다. 下賜: 하사하다. 天神: 천신. 玉石岩: 옥석의 바위. // 華麗: 화려하다. 松田: 소나무 밭. 修道屋: 수도를 하는 집이다. 派聲: 파도소리. 絶壁: 절벽에 끊어지다. 詠詩椷: 시를 읊으며 담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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