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見跡(견적) 
                                          叙光 張喜久
        
        두견새 많아지고 매화 향기 어떠한가
        청산을 바라보니 꽃 밟힌 흔적 남아
        청천이 이리 상쾌하니 풍부함을 어쩔까.
        漲川樹下宿鵑多    馥吐梅花美又麽
        창천수하숙견다    복토매화미우마
        忽看淸山花踏跡    靑天爽快豊知他
        홀간청산화답적    청천상쾌풍지타

‘두견새가 많아 자고 향기 토한 매화 향기, 
꽃이 밟힌 흔적 많고 이리 풍부 어찌할까’

 

십우도(十牛圖)는 수행자가 정진을 통해 본성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해서 그린 선화(禪畵)로 그 과정을 10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두 번째의 단계인 [견적(見跡)]은 "소의 발자국을 발견함"을 묘사한다. 참마음과 참자기를 찾으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다 보면 이제 본성의 자취를 어렴풋이나마 느낀다는 생각을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것으로 상징된다. 넓은 내와 나무 아래는 두견새가 많아지고, 향기를 토한 매화의 향기로움 또한 어떠한가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청천이 상쾌하니 풍부함을 어찌 알 수가 있으리(見跡)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넓은 내 나무 아래는 두견새가 많이 자고 / 향기를 토하는 매화의 향기로움 또한 어떠한가 // 청산을 갑자기 보니 꽃이 밟히는 흔적이 있고 / 청천이 이리 상쾌하니 풍부함을 어찌 알 수 있으리]라는 시상이다. 풍부한 상상은 시를 살찌게 한다. 시인의 상상력 주머니를 본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소의 자취를 보다]로 의역된다. 소 발자국으로 방향을 잡는다. 많은 존재가 내부로부터 만들어진다. 이는 곧, [참 나]를 찾고자 발심하였지만 사실은 아직 어찌해야 할지 막연했는데 비로소 마음의 가닥을 잡는다는 뜻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소의 자취를 보고자 하는 집념이 나타나게 된다.
 시인은 넓은 대지에서 자연이 주는 냄새에 소의 자취를 찾기 위해 자기 도취에 취하는 시심을 만나게 된다. 넓은 내와 나무 아래에는 두견새가 많아지고, 향기를 토하는 매화의 향기로움 또한 어떠한가를 묻게 된다. 두견새를 보고 향기를 토하는 봄의 전령 매화에 도취된 모습도 본다.
 화자는 청산과 청천을 보면서 마음이 상쾌함에 도취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청산을 갑자기 보니 꽃이 밟혀진 흔적이 있고, 청천이 상쾌하니 풍부함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라고도 했다. 꽃이 밟힌 흔적에서 소의 자취를 찾아내고 상쾌한 자연에의 도취를 드디어 맛을 보게 된다.
 불가 선시禪詩 십우도에서는 [물가 나무 아래에 발자국 어지럽게 많으니(水邊林下跡偏多) / 방초를 헤치고 그대는 보고 있는가 보지 못하는가(芳草離披見也麽) // 가령 깊은 산 깊은 곳에 문득 있다 할지라도(縱是深山更深處) / 하늘을 향해 나온 등창코를 어찌 숨길 수 있으랴!(遼天鼻孔怎藏他)]라고 했다.

【한자와 어구】
漲川: 불어난 내. 樹下: 나무 아래. 宿: 자다. 鵑多: 두견새가 많이 자다. 馥吐: 향기를 토하다. 梅花: 매화. 美又麽: 아름다움이 또한 어떠한가. [麽]는 의문사. // 忽看: 갑자기 보다. 淸山: 청산. 花踏跡: 꽃을 밟는 흔적. 靑天: 푸른 하늘. 爽快: 상쾌하다. 豊知他: 풍부함을 어찌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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