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立春讚詩(입춘찬시) 
                                        叙光 張喜久
        입춘이 다다르니 소나무에 학이 놀고
        청제가 귀환하니 순리를 따르구나
        신년엔 대길 만복을 덕을 쌓아 베풀고.
        立春到達鶴遊松   靑帝歸還順理從
        입춘도달학유송   청제귀환순리종
        大吉新年承萬福   施恩積德亦仁容
        대길신년승만복   시은적덕역미용

‘입춘 도달 학은 놀고 청제 귀환 순리 따라, 
신년 대길 만복 잇고 시은 적덕 얼굴 곱네’

 

‘입춘’은 ‘대한’와 ‘우수’ 사이에 들며 양력 2월 4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315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입춘을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로서 여러 가지 민족적인 행사를 치루었다. 춘축春祝 입춘축立春祝이라고 하여 입춘첩을 대문에 붙였다. 남쪽 지방에서는 입춘긋을 행했는데 무당이 농악을 앞세우고 가가호호를 방문했다. 입춘일에는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사의 흉풍을 점쳤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날 추워도 참 군자요, 눈 속 매화 절개를 위반하지 않는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신년이면 찾아 올 대길은 만복으로 이어가고(立春禮讚)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입춘이 다다르니 학은 소나무에서 놀고 있고 / 청제靑帝가 귀환하니 순리를 따르구나 // 신년이면 찾아 올 대길은 만복으로 이어가고 / 은혜를 베풀고 덕 쌓으니 또한 얼굴이 곱구나]라는 시상이다. 평설은 감상과 같지 않아 시인과 독자의 교량적 역할로 정리한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입춘을 예찬하며]로 의역된다. 소한에 얼었던 얼음이 대한에 가서야 비로소 녹는다는 말은 결국 소한 무렵이 대한 무렵보다 더 춥다는 말을 대신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대한을 기점으로 하여 추위가 한 풀 꺾이고 점차 새봄을 재촉하려는 절기였던 것 같다.
 시인은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입춘 즈음에 하얀 학이 너울너울 춤추며 소나무에서 봄을 기다린 시상을 떠올렸다. 입춘이 다다르니 학은 소나무에서 놀고 있고, 청제가 귀환하니 순리를 따른다고 했다. 청제는 ‘봄 신’을 뜻한데 꼬리를 감추었던 청제가 귀환했다고 했다.
 화자는 추위가 절정인 겨울이지만 신년이면 찾아올 만복이 가정에 깃들기를 기원하는 후정을 그려냈다. 신년이 찾아 올 대길은 만복을 이어가고, 은혜를 베풀고 덕을 쌓으니 또한 얼굴이 어질다고 했다. 이와 같이 만복이 깃들기 때문에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은혜를 베푸는 것을 으뜸으로 여겼다.
 입춘을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후에는 동풍에 얼음이 서서히 녹아 가고, 중후에는 월동하던 땅 속의 벌레들이 비로소 몸을 꿈틀거리며, 말후에는 물고기가 얼음장을 등에 없고 올라오는 계절이라고 했다. 입춘 삼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立春의 三候에는 初候東風解凍하고 中侯蟄蟲始振하며 末候魚陟負氷이라]했다.

【한자와 어구】
到達: 도달하다. 鶴遊松: 학은 소나무에서 놀다. 靑帝: 봄신. 歸還: 귀환하다. 順理從: 순리가 따르다. // 承萬福: 만복이 이어지다. 施恩: 은혜를 베풀다. 積德: 덕을 쌓다. 亦美容: 얼굴이 곱다. / 蟄蟲始振(칩충시진): 벌레가 몸을 꿈틀거리다. 魚陟負氷(어척부빙): 물고기가 얼음을 등에 업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