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현대미술 쉽게 이해하도록 다양한 교육 진행…공동체의 아픔 보듬는 전시 마련하기도

 

경기도 안산은 조선 중기 불세출의 화가 단원 김홍도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도시이다. 안산과 단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비극으로 널리 알려졌다. 안산에 소재한 화랑유원지에는 경기도가 설립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미술관’(관장 안미희)이 소재하고 있다.
안산시의 도심속 녹지공간인 화랑유원지는 큼지막한 호수를 품고 있는 공원이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호수를 끼고 건립되어 있는 경기도미술관은 미술관 주변에 31점의 야외 조각작품을 배치해 두고 있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조각작품을 접하게 하고 있으며,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미술에 도민들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6년 1,300만 경기도민을 위한 미술문화기관으로 개관한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의 미래 자산이 될 현대 미술품을 수집, 보존, 연구하고 전시와 교육 활동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며 수도권의 대표 미술관으로 성장해왔다.
 
지역작가 창작 및 전시 지원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의 정치, 사회, 문화에서 출발해 주제를 심화하는 전시 기획인 ‘경기아트프로젝트’와 동시대 미술의 형식과 내용을 실험하고 글로벌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동시대미술의 현장’ 주제전을 핵심 전시 사업으로 하고 있다.
또한, ‘경기작가집중조명’과 ‘청년작가전’ 등을 추진하여 경기도의 중견 작가를 지원하고 신진 작가를 육성하며, 미술관의 소장품을 연구하여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전시의 틀 안에서 다층적으로 담아내는 ‘미술관교육프로젝트’를 통해 소통과 교육의 장으로서 미술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의 안미희 관장은 “지난 15년 동안의 축적된 자산을 발판 삼아 동시대 현대 미술의 다양성을 견인하고, 지역 사회를 넘어 현대 미술의 세계적 지형도 위에 당당히 자리 잡는 경기도미술관을 지향한다”며, “특히 예술과 삶, 지역과 세계, 미술의 안팎을 연결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관점과 해석을 제공하여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현대 사회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선도적 문화기관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포용적 미술관으로서 우리의 삶이 미술 문화로 풍요로워지는 데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미술관이 추구하는 비전을 소개했다.
공공미술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미술문화의 활성화다.
경기도미술관은 지역 미술의 활성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경기도미술관은 개관 때부터 경기도의 정치, 사회, 문화에서 출발해 주제를 심화해가는 ‘경기아트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을 연구해왔다.
이러한 주제전 외에 지역 우수작가의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생생화화’,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의 작품전인 ‘퀀텀점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미술계의 주요한 플랫폼 기능을 해오고 있니다. 특히, 현 안미희 관장 부임 이후에 경기 중진작가의 신작제작 지원 및 작품세계 조명을 위한 ‘경기작가집중조명’과 ‘경기청년작가 초대전’ 등을 통해 지역 작가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도민에게 소개하는 기능을 강화해 오고 있다.
 
미술과 친해지는 교육프로그램
현대미술은 흔히 난해하다고 한다. 예술장르의 벽을 허무는 시도들은 미술계에서 계속 진행되어 왔고, 이러한 예술작업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미술의 난해성은 일반시민이 미술관을 쉽게 찾지 않는 공간으로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는 대부분의 미술관이 지향하는 ‘친근하고 편안한 미술관’을 요원하게 한다.
일반시민들이 미술에 대해 어려워 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공공미술관들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장소인 미술관 역시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수용인원을 크게 줄이거나 교육프로그램의 경우도 참여인원을 제한하고, 온라인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개관 이래 일반 시민들이 현대미술을 쉽고 흥미롭게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상설전’을 개최해 오고 있다. 또, 어린이, 청소년 단체교육인 ‘G뮤지엄스쿨’과 청소년 진로교육인 ‘내가 만드는 전시’ 등을 운영해 오고 있다.
‘내가 만드는 전시’는 미술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진로 및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경기도미술관 소개와 미술관 직업군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학생 개인이 스스로 전시를 기획하고 공간을 구성해보는 워크숍 프로그램이다.
종합미술관으로서 현대미술의 다층적인 경험을 위해 대상별 맞춤교육을 개발해 온 경기도미술관은 미술관 관람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해 2015년까지 ‘어린이꿈틀’과 같은 프로젝트도 기획, 운영했다. 이외에도 성인을 위한 현대미술강좌로 ‘수요클럽’과 문화자원봉사자를 위한 양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요클럽’은 미술관 아카데미로 시민들에게 폭넓은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현대미술 강좌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코로나 19상황이 지속되면서 온라인을 매개로 한 교육콘텐츠 개발에도 노력을 귀울여 동영상, VR 교육콘텐츠를 추가 제작하는 등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한 교육프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사회와도 적극 교류
경기도미술관은 개관이래 경기도내 지자체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순회 전시를 시작으로 ‘공단에 흐르는 예술’과 같은 벽화프로젝트를 운영해왔다. 또한 안산시 지하철내에 설치된 ‘한뼘갤러리’, ‘찾아가는 미술관’과 같은 자자체 협력프로그램들을 운영했으나, 이러한 사업들은 기초 지자체 단위 미술관이 설립되고 경기문화재단으로 사업이 이관되면서 좀더 발전적 형태로 일몰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술관이 위치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4.16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2021년 4월, 세월호 참사 7주기 ‘재난과 위로 특별전:진주잠수부’를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또, 세월유가족협의회의 퀼트전시를 여는 등 국가적 재난이었던 지역 이슈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자 노력했다.
또, 경기대학교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인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경기지역의 미술관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경기도가 설립하고, 경기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미술관은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에 위치해 있어 시민들의 접근이 편리하다. 커다란 호수를 품고 있는 화랑유원지내 경기도미술관은 연으로 덮힌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 주위로는 야외조각작품 31점이 배치되어 있어 시민들은 일상에서 조각작품을 접할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의 전시들
경기도미술관은 올해 코로나 19라는 전지구적 재난상황을 목도하며 미술이라고 하는 오래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사회적 치유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취지에서 ‘재난과 위로 특별전: 진주잠수부’를 개최했다.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와 야외전시장에서 개최된 이 전시에 대해 미술관 관계자는 “지난해 4.16재단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공동체의 아픔을 어떻게 함께 나누고, 의미화하며 잊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이 전시는 야외전시라는 해법을 통해 지속되는 코로나 위기를 뚫고 어렵지만 조촐한 추념식을 야외에서 진행하고 다수의 도민과 시민들이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이 갖는 포용성과 확장성을 적극 활용해 동시대의 아픔과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술관의 순기능과 사회적 역할을 보여준 사례다.
또, 경기도와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된 DMZ 아트 프로젝트는 분단의 상징적 경계공간인 DMZ를 관내에 두고 있는 경기도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경기도미술관이 수행한 프로젝트성 전시다. 지난 5월 파주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일대에서 야외전시가 진행되었고, 오는 10월 7일 경기도미술관에서 보고전이 열린다고 한다.

▲ 경기도미술관 야외에 전시된 조각상. 야외전시장에는 총 31점의 작품이 있다.

공공미술관의 활성화 방안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은 공공미술관의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공공기관이자 제도로서의 미술관 시스템에 대한 정비와 함께 공통의 주인인 시민과의 끊임없는 소통기재를 마련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중들이 원하는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계속 묻고 확인하는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상대적으로 공공프로그램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오랫동안, 자주 머물 수 있는 문화 인프라로서 미술관의 중요성을 들여다보고 공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운영상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던 미술관 커뮤니케이션, 미술관 연구와 같이 전시, 교육프로그램 외에도 미술관 고유의 기능들이 강화되고 더불어 이것이 대중에게 상시 제공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 투자, 운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 관장에게 전남도립미술관과 같은 신설 공공미술관의 활성화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초기에 많은 예산이 투자되고 이후에는 예산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요, 큰 기복없이 운영될 수 있으려면 명확한 미션과 비전, 그리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전략 하에 사업계획 및 운영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술관의 고유한 기능에 각 파트가 모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술관 운영에는 학예파트 외에도 기관운영과 관련한 뮤지엄 행정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두 개의 날개로 날아야만 오랜 기간 성장하고 발전하는 미술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디렉터쉽 역시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디렉터쉽을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공공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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