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 초대 관장으로 부임한 이지호 관장은 개관 한달만에 이건희 컬렉션 21점을 기증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개관기념 특별전부터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전시하며 미술애호가 발길 잡아

 

광양만신문은 전남도립미술관 개관에 맞춰 공공미술관을 활용한 지역문화의 활성화 전략을 주제로 기획취재를 진행해 왔다.
지난 3월 광양에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전남도의 미술문화정책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예향 전남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미술관’을 슬로건으로, ‘세계 현대미술과의 교류(개방성∙다양성∙혁신성)’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은 개관기념 특별전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데 이어 지난 8월 17일부터는 첫 번째 소장품전 ‘그날의 이야기’전을 개최하고 있다.
또, 현재는 하반기 기획전시로 ‘이건희 컬렉션 :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전, 전남미술사 정립을 위한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전, 베를린을 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 그룹의 국내 최초 대규모 회고전 ‘AES+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전을 개최하고 있다.
앞서 전남도립미술관은 개관기념 특별전으로 프랑스 유명 작가 ‘로랑 그라소’의 ‘미래가 된 역사’전을 개최한 바 있다.

▲ 전남도립미술관이 지역미술사 정립의 일환으로 전시하고 있는 ‘소재 손재형전’의 전시장 모습. (사진 -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지역 미술사 정립하며, 세계와 교류
국내 거장의 작품은 물론,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광양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공공미술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지역미술사를 정립하고,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면서 세계미술계와의 교류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기준”이라고 말한다.
공공미술관은 시민들의 문화예술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이지호 관장은 “공공미술관의 기본적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지역 미술계와 어떻게 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도민들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절한 미술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공미술관들은 전시와 연계된 교육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전남도립미술관 역시 개관 초기이지만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실시하는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작품을 현장에서 보면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은 청소년교육과도 연계되는데, 전남도립미술관은 개관 초부터 현재까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습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다.
도립미술관 지하 1층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어린이 아뜰리에가 도립미술관이 진행하는 어린이미술교육 공간이다.
도립미술관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자체 제작한 교재를 활용해 교육을 진행한다. 이러한 교육은 전문 에듀케이터가 담당한다. 이러한 교육은 아이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난 후 색채연습을 하도록 하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놀이 등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활발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에는 한계가 있지만, 도립미술관은 어린이들의 단체관람이 있을 경우 자연스레 교육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인교육 프로그램은 아직 준비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년부터는 성인대상 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운영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남도립미술관은 여타의 공공미술관처럼 도슨트 운영을 못하고 있다. 대신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전시설명을 하고 있다.

 

세계적 거장 작품 지역에 소개
로랑 그라소나 AES+F의 작품과 같은 현대미술작품들은 영상을 활용한 작품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 그림이나 조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영상작품이 미술의 한 장르가 된지 오래다.
이지호 관장은 “기성세대와 영상세대를 아우르는 것이 공공미술관의 책무”라며, “그림과 영상미디어 작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미술관에서 전시한 로랑 그라소나 AES+F의 작품은 뉴욕이나 파리에 있는 세계적인 미술관에서나 접할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런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작품에 대한 감동 때문에 서울에서 일부러 미술관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공공미술관이지만, 우리 것만 고집하다 보면 우리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러한 작업들은 공공미술관의 역할로 이해되는 현대미술의 소개와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뿌리는 지역에 둘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미술 활성화를 위해 지역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공공미술관의 중요한 기능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은 내년부터 지역출신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전시장 인근에 BOX 2를 설치해 역량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기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의 공공미술관 매칭사업으로 지역출신 미술가 2명을 추천해 이들이 현대미술관에서 전문가로부터 역량강화를 위한 멘토링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우리 미술관에서 전시기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모든 전시에 지역작가 참여
전남도립미술관은 지역 미술계와의 교류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도립미술관은 개관 이후 전남미협이 주최한 공모전 수상작 전시에 전시장을 대여해 지역 미술계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미술계의 전시를 민감하게 보고 있다”는 이지호 관장은 “지역작가 3인전과 같은 지역 작가만으로 하는 전시는 지양하지만, 모든 전시에 지역 작가들을 참여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지역작가들의 참여를 유인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세계적인 작가들과 같은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목표
이지호 관장은 전남도립미술관을 ‘전남의 미술관이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전시가 진행 중인 이건희 컬렉션에서 소개되고 있는 고흥 출신의 천경자, 신안 출신의 김환기, 화순 출신의 오지호 화백은 모두 한국 현대미술 1세대를 이끈 세계적인 거장들이다.
여기에 전남은 한국수묵화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이지호 관장은 “전남은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라며, “전남의 미술역량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나다. 전통없이 미래를 끌어낼 수 없는데, 전남이 지닌 전통을 미래로 끌어내어 전남도립미술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을 각인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인으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쿤화콘텐츠가 지닌 힘을 새삼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화콘텐츠는 지역에서 생산되었다고 해도 지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것이고, 지역미술의 세계화는 공공미술관인 전남도립미술관이 지닌 또 다른 과제다.

▲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 :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에서 선보이고 있는 오지호 화백의 ‘복사꽃이 있는 풍경’.(사진 -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이건희 컬렉션 기증은 미술관의 복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 4월 이건희 컬렉션 21점을 기증받았다. 3월에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 입장에서는 최고의 경사였다.
이건희컬렉션 중에는 전남 출신인 오지호 화백의 작품 5점과 천경자 화백의 작품 2점, 김환기 화백의 작품 1점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출신 거장의 작품을 보유하게 된 것에 대해 이지호 관장은 “우리 미술관의 복”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거장들의 작품은 작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예산이 있다 해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설령, 작품들이 미술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고요. 그런데, 검증된 컬렉션을 받았다는 것은 엄청난 행이지요.”
신생 미술관이지만, 전남도립미술관은 개관기념특별전과 기획전시를 통해 거장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공공미술관의 기능을 착착 수행해 오고 있다. 
광양시민들의 염원 속에 개관한 도립미술관이 광양의 자랑이 되고, 광양의 문화발전을 상징하는 미술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지역에 있는 미술관의 활성화를 위해 한 달에 한번 미술관 가는 날을 정해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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