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망기 발행인

스마트폰의 출현은 우리 일상에서 많은 것을 바꾸어놓고 있다. 비단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후보로 확정한 가운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4명의 후보들이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TV토론 등 후보들간의 토론의 상당 부분은 자신의 정책이나 공약을 설명하는 것보다 상대후보를 공격하는데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유력 후보들의 경우 사법적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이재명후보는 이른바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의혹이 현재진행형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에 가족들의 비리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이러한 비리의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이른바 통화 녹취록이다.

고발사주 의혹의 경우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관련자들의 변명을 무색하게 하고 있으며, 대장동 의혹도 이해 관계자들의 통화녹취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상적인 통화가 녹음이 되고, 그것이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을 옭아매게 되리라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수많은 사건들에서 통화녹취록은 실체적 진실을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한다. 스마트폰 출현은 간단한 앱 하나만 설치하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모든 통화를 디지털화해 보관한다. 이러한 기록들은 지운다고 해도 다시 복원할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다.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문명의 이기가 때로는 사람들의 관계를 더욱 삭막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이 무심코 한 말들이 박제되고, 그 말이 언제든지 자신을 옭아맬 수 있다는 것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한 평범한 대화들이 녹음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대화가 되었든, 전화통화가 되었든 부적절한 행동이나 말들이 주는 파급효과는 공인에게 훨씬 크게 작용한다. 공인이라 해도 보통의 인간이기에 감정에 휘둘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말들이 수개월 후나 수년 후에 또 다른 책임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여기에 곳곳에 널린 CCTV는 사람들의 일상을 낱낱히 기록하고 있다. 딱히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감시가 일상화된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하여 묻는다. 오늘 당신의 통화는 무사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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