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穀雨禮讚(곡우예찬) 
                                          叙光 張喜久

        춘시에 화한 대지 천산엔 나무 가지
        좋은 계절 시 읊고 세속을 잊었던가
        수심을 일소함일지니 어찌 슬픔 있으리.
        融融大地滿春時   日暖千山綠樹枝
        융융대지만춘시   일난천산녹수지
        好節吟詩忘世俗   愁心一掃有何悲
        호절음시망세속   수심일소유하비

‘화한 대지 춘시 가득 천산 나무 푸르구나, 
좋은 계절 세속 잊고 수심 일소 세속 잊고’

 

‘곡우’는 ‘청명’과 ‘입하’ 사이에 들며 양력 4월 20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30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곡우가 되면서부터 농촌에서는 본격적인 농경農耕이 시작된다. 이 때 쯤이 되면 봄비가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진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고 했으니 결국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뜻이겠다. 곡우 무렵에는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만들고 볍씨를 담갔다. 이 때가 되면 나무에 물이 오른다. 화하고 화한 대지에는 춘시가 가득하고, 날이 따뜻한 천산엔 나뭇가지가 푸르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수심愁心을 일소함일지니 어찌 슬픔이 있으리오(穀雨禮讚)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화하고 화한 대지에는 춘시가 가득하고 / 날이 따뜻한 천산엔 나뭇가지가 푸르구나 // 좋은 계절에 시를 읊으면서 세속을 잊으니 / 수심愁心을 일소함일지니 어찌 슬픔이 있으리오.]라는 시상이다. ‘화자’가 떠받친 반전은 시의 격을 높이는 큰 요채가 되고 있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곡우를 예찬하며]로 의역된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오른다. 명산으로 [곡우물]을 마시러 간다. 곡우 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이다. 몸에 좋다고 해서 전남, 경남·북, 강원도 등에서는 깊은 산 속으로 곡우물을 약수로 마시러 가는 풍속이 있다.
 시인은 곡우를 기해서 온 산하가 물이 들고 가득한 춘시春時의 뜻을 가득 담은 시상이다. 화하고 화한 대지에는 봄기운이 가득하고 날이 따뜻한 천산엔 나뭇가지가 푸르다고 했다. 우전차雨前茶라 했듯이 녹차는 곡우이전에 따야만이 가장 맛이 좋다는 풍습이 있었다.
 화자는 곡우만 되면 시심이 발동했던 모양이다. 시지를 옆에 끼고 자연을 볼 양이면 빽빽한 종이에 가득채운 시상이었으리라. 좋은 계절에 시를 읊으면서 세속을 잊으니, 수심愁心을 일소함에 어찌 슬픔이 있겠느냐며 읊은 시상이다. 곡우를 기해서 마음의 수심을 달랬으렸다. 
 곡우를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후에는 부평초가 비로소 움터 나오기 시작하고, 중후에는 비둘기가 제 시절이라고 울면서 그 깃을 털며, 대승(뻐꾸기)이 뽕나무에 살며시 내리는 계절이라고 했다. 곡우 삼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穀雨의 三候에는 初候萍始生하고 中侯鳴鳩拂其羽하며 末候戴勝降於桑이라] 했다.

【한자와 어구】
融融: 화하다. 滿春時: 봄으로 가득차다. 日暖: 날씨가 따뜻하다. 綠樹枝: 푸른 나무 가지. // 好節: 좋은 시절. 吟詩: 시를 읊다. 忘世俗: 세속을 잊다. 一掃: 일소하다. 有何悲: 어찌 술픔이 있으리오. / 萍(평): 부평초. 鳴鳩拂其羽(명구불기우): 비둘기가 깃을 털다. 戴勝(대승): 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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